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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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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없는 재건축’ 대수선공사 첫 시도…“공사비가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5 16:11

현대건설, 2008년 입주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차 입대위에 제안

주민들 “층간소음 문제 해결 가장 시급… 세대 내부 공사 시 분담금 늘어날 것” 우려

현대건설

▲업계 최초로 주민 이주 없이 대수선 사업에 들어가는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외관 예상도.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업계 최초로 원주민 이주 없이 재건축에 준하는 수준으로 노후 아파트 단지를 리뉴얼하는 '대수선 공사'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시작한다. 삼성동 힐스테이트 2차가 첫 시공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성공의 키는 분담금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수선 공사'를 제안했다. 재건축, 리모델링과 달리 기존 건물을 전면 철거하지 않고 철거 범위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장점은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이주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대수선 작업 중에도 현 세대에서 그대로 생활할 수 있어 일반적인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주거 불안정성 문제가 없다. 특히 공사 기간에도 계속 단지에 거주하는 만큼 입주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신속한 사업 절차도 장점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기존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주택법'을 적용을 받아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신사업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진행이 가능하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을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설계와 행정, 시공, 사후관리(AS)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사업의 적용 범위는 공용부와 세대 내부로 분류된다. 공용부는 외벽과 주동 입구, 조경 및 커뮤니티 공간 등 외관을 업그레이드 한다. 또 지하주차장 시스템, 전기차 화재 방지 설비, 스마트 출입 제어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세대 내부는 층간소음 저감 구조, 고성능 창호, 하이오티 기반 시스템, 에너지 절감 설비 등을 포함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는데 희망하는 세대에 한해 적용한다.




이번 대수선 사업은 업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전례가 없다. 아직 현대건설과 입대위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단계로 사업 일정이나 비용 등 명확한 세부 내용도 정해진 사항이 없다. 특히 사업 추진 초기엔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이번 MOU도 현대건설 측이 먼저 입대위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단지 주민은 “2008년 입주 단지로 아직 재건축 할만한 연식도 아닌데다, 지하주차장이 세대와 바로 연결되고, 헬스장과 골프장 등 기본적인 시설을 갖춘 커뮤니티도 있어 주민들 사이에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대한 열의는 그리 크지 않았다"며 “다만 신축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시장에서 워낙 주목받는 걸 보면서 단지를 한 번 크게 리뉴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는데 마침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이 먼저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지가 지하주차장이 세대 직결 형식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라며 “입차 알림 시스템 등 신축 단지에 적용된 시스템을 적용하고, 공용부에는 신축 단지에 적용되는 문주 등을 새로 올려 신축 아파트 단지 같은 외관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결국 분담금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 대수선 사업을 공용부와 각 세대 내부로 나누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세대 내부 작업은 희망 세대에 한해 실시한다. 공용부 작업은 필수 진행이라고 해도, 세대 내부 작업은 주민 의견에 따라 진행 여부가 갈린다. 각 세대가 부담하는 분담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입대위가 사실상 시행사로 조합 역할을 맡는데 각 세대가 내야 할 분담금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경우 주민 간 의견이 갈려 사업의 동력도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현재 주민들이 가장 큰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층간소음 문제다. 층간소음을 해결하려면 결국 세대 내부 작업이 필수적이다. 분담금 규모가 커지는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한 주민은 “현재 생활에 있어 가장 큰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층간소음인데 현대건설에서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공사에 착수하면 각 세대 내부 공사에 들어가야 하고, 희망 세대 뿐만 아니라 윗집, 옆집도 공사를 하면 희망 여부에 관계 없이 분담금을 내야 할 것 같다"며 “세대 내부 공사 시 분담금 수준이 어느 정도일 지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 주민들에게도 해당 내용은 안내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공사일정 및 사업비나 주민 분담금 등 구체적인 시기와 비용에 대한 수치는 산정되기 전으로, 입대위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통해 공사비를 받아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수영장이나 사우나 등 커뮤니티 시설을 추가적으로 고급화 할 경우 분담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입대위와 현대건설이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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