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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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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 줄어도 대형건설사들은 재건축 수주로 ‘잭팟’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8 06:00

1분기 수주 4.8% 감소에도 대형 건설사만 ‘잭팟’
상반기 정비사업 28조 몰려…중견사 들러리 전락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 매바위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강남구(아래)와 한강 이북 아파트 단지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 매바위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강남구(아래)와 한강 이북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고가 늘어나면서 되레 활짝 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은 상반기에만 28조원에 달하는 일감을 따낸 것으로 집계된다. 반면 중견사는 고금리와 공사비 부담에 막혀 '그림자 경쟁'에 머무는 양상이다.


이는 국토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통계'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분기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은 6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특히 민간부문이 9.5% 줄어든 반면, 공공부문은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광주(-34.8%)와 전남(-22.4%) 등 일부 지역에선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혀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리모델링을 포함해 총 27조8298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연간 수주액(27조8702억원)의 99.9% 수준으로, 불과 반 년 만에 한 해 실적을 채운 셈이다.




상반기 기준 수주액 1위는 삼성물산이다. 이달 말까지 누적 수주액은 5조213억 원으로,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1조1945억원)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울산 남구 B-04구역 재개발(6982억원)의 시공권 확보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수주 총액은 5조7195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연산5구역 재건축(7657억원)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1조5138억원) △구리 수택동 재개발(1조9648억 원)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5조1988억원을 수주했다. 이달 내 미아9-2구역 재건축(공사비 3370억원) 시공권을 확보하면, 총액은 5조5357억원으로 늘어난다. 해당 사업은 현대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1조2972억원) △이수 극동·우성2·3단지 리모델링(1조9796억원) △방배15구역 재건축(7553억원) 등에서 시공권을 따내며 총 5조30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구리 수택동 재개발에선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8421억원 규모를 확보했다. 재건축·재개발(2조8946억원)보다 리모델링(2조1356억원)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롯데건설(2조5354억원), HDC현대산업개발(2조2262억원), DL이앤씨(2조6830억원)도 잇따라 수주고를 쌓으며 전년 실적을 상회했다. 특히 DL이앤씨는 한남5구역(1조7584억원) 수주 효과가 컸다.


하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플레이션, 자금력 부족, 브랜드 열세 등으로 경쟁 자체가 쉽지 않다. 일부 사업장은 입찰 자격조차 확보하지 못하거나 들러리로만 참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전이 사실상 대형사 중심으로 굳어지는 구조"라며 “중견사 입장에선 무리하게 경쟁에 나서기보다 포기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체 수주 물량은 줄어드는 반면, 정비사업과 도시개발 등 고부가 분야에만 경쟁이 집중되며 업계 양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사업 물량이 줄고, 수도권은 대형사 쏠림이 심화되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중견사 생존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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