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수소차 '디 올 뉴 넥쏘'.
친환경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와 '하이브리드'로 완전히 옮겨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소전기차(FCEV)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친환경차시장에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때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렸지만 이제는 '퇴출 수순'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1~6월 상반기 국내 신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수소전기차(FCEV) 판매량은 1만290대로, 전년동기 대비 27.5%나 급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수전기차(BEV) 9만3111대, 하이브리드차(HEV) 29만3148대 등 판매 실적과 크게 대조를 보이며 친환경차로서 수소차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졌다.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도 줄기는 매한가지다. 1분기(1~3월) 기준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2119대로, 전년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이같은 수소차 판매 부진의 타격은 국내 유일의 수소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그룹에 직결된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넥쏘·일렉시티 등 수소차 1836대를 판매해 글로벌 1위를 유지했지만,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42.6% 크게 줄었다.
지난 2021년 1121대로 정점을 찍었던 수소차 수출량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기준 수소차 수출은 단 18대에 그쳤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야심작이던 '디 올 뉴 넥쏘'의 지난 6월 국내판매도 50대에 불과했고, 상용 수소트럭 '엑시언트'도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오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판매 목표를 제시했던 현대차 중장기 수소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충전 인프라 부족, 보조금 축소에 더해 생산원가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400개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서울 등 대도시조차 원활한 충전이 쉽지 않다. 2023년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개정안에서도 HEV 보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고, 수소차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수소차 핵심소재 '백금'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달 8일 기준 백금 국제거래가격은 온스당 1345달러, 그램당 47.5달러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48%나 올랐다. 이같은 백금값 급등은 중국의 수요 증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산지의 공급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더욱이 수소차 한 대에 평균 30~60g의 백금이 투입되므로 가격 상승은 차량 단가 상승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소차시장의 침체는 정책 방향과 인프라 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단기간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대내외 악조건에도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포기를 택하지 않고 있다. 제품 측면에서는 신형 넥쏘 출시와 가격 할인, 보조금 확대 등을 통해 내수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수소차 브랜드 'HTWO'를 통해 수소 생산부터 유통, 충전 인프라 구축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수소차시장도 부정적 변화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중심으로 라인업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수소차 전략 수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기존의 전략을 보완하고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되며, 향후 수소차가 '상용차 중심'의 틈새전략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과 연결된다.
실제로 수소차는 승용보다 상용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상용차는 장거리 및 대용량 운송이 많아, 배터리 전기차(BEV)보다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 측면에서 수소차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수소차 산업의 방향을 상용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는 수소화물차와 수소청소차 각 10대에 대한 구매 지원이 시작됐으며, 향후 트럭·청소차 등 다양한 상용차 차종으로 보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사회는 기술 에너지 부분에 대한 기술 코스트를 극복해야 될 과제가 있지만 꼭 필요한 미래 에너지로서 리더십은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