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후 시작된 재평가
설비 투자에 대한 질문 변화
ROI 시점 따지는 투자 시각
확산은 '지속', 속도는 '변수'
▲미국은 세제 혜택을 통한 데이터센터 확충에, 중국은 제조 자동화와 로봇 도입에 주력하며 인공지능(AI) 안보 자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기 이익과 무관하게 투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글로벌 AI 산업의 구조적 특징을 대변한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2025년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2026년에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 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AI 투자가 확대된다는 사실 자체가 밸류에이션을 지탱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질문은 한 단계 앞서 있다. AI 투자가 지속되느냐가 아니라, 그 투자가 언제부터 의미 있는 현금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다.
최근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글로벌 주가 조정은 AI 수요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두 기업 모두 AI 관련 매출 성장세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라클의 지난 9~11월 총매출은 161억달러(한화 약 2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클라우드 부문이 있었다. 클라우드 매출은 80억달러(12조원)로 34% 늘었고, 클라우드 인프라(IaaS) 매출도 68% 급증했다. 브로드컴의 지난 4분기 매출도 180억1500(27조원)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역시 AI 관련 부문이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AI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4% 성장하며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글로벌 주가 조정은 총자본수익률(투자수익률·ROI)의 실현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했다. 이제 시장은 막연한 성장 스토리보다 ROI가 가시화되는 '속도'를 재검증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AI 수요의 상징이 엔비디아라면, 오라클과 브로드컴은 그 투자가 실제 집행되는 실무 구조를 대변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설비투자 추이는 국내 반도체와 장비·소재 기업들의 실적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이후 시장이 보인 반응은 AI 수요 자체에 대한 전면 부정이 아니라, ROI 실현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신호에 대한 재평가"라며 “AI 투자가 과도하다는 판단이라기보다는 투자 회수의 시간표를 다시 쓰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투자 확대만으로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평가다. AI 사업이 기존의 고마진 칩·IP 중심 구조에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시스템 통합 등 인프라 구축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기 수익성이 불가피하게 희석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노 연구원은 “브로드컴의 경우 AI 매출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고객 맞춤형 설계와 네트워크, 고급 패키징 등 레벨 통합이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마진 희석이 불가피한 구조"라며 “이는 수요 둔화 신호라기보다 AI 사업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되돌릴 수 없는 투자,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AI
▲주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는 해마다 더 높은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AI 투자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AI는 더 이상 선택적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구조를 전제로 다시 짜는 필수 인프라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투자 중단이나 회귀는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한 번 도입되면 업무 프로세스와 IT 인프라, 인력 구조까지 AI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회·경제 시스템 재설계를 동반하는 필수 인프라 성격"이라며 “기업에 AI가 도입되면 업무 프로세스와 IT 인프라, 인력 구조까지 AI 전제로 재편되기 때문에 과거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용이 과도하게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AI 투자는 한 번 시작되면 후퇴가 어려운 비가역적 투자"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은 AI를 성장 전략이자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세제 정책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AI 설비 투자를 촉진하고 있고, 중국 역시 제조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통해 AI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단기 수익성과 무관하게 투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속도다. 생성형 AI와 물리적 AI 모두 초기에는 비용이 먼저 발생하고, 생산성 개선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구조를 가진다. 기술 확산이 일정 임계점을 넘은 이후에야 생산성과 수익성 기여가 본격화되는 만큼, 투자 효과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또 다른 변수에 노출돼 있다. 한국은 AI 투자 사이클에서 최종 수혜자가 아니라 중간재 공급자에 가깝다.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결정은 반도체 출하량과 가동률, 실적에 직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은 외국인 수급과 변동성을 통해 더 크게 증폭된다.
노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AI 단일 변수로 움직이기보다 달러, 금리, 변동성을 매개로 증폭되는 구조"라며 “미국에서 AI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글로벌 자금은 할인율을 재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외국인 베타(시장 전체 가격변동이 개별 증권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 축소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 논쟁과는 별개로, AI 확산의 방향 자체는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내년을 기점으로 AI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초기 상업화 국면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스며드는 구조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단기적인 투자 속도 조절과는 무관하게, AI가 실제 산업 공정과 실물 경제에 결합되는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방향이라는 판단이다.
대신증권은 내년 1월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인 'CES 2026'을 계기로 AI 상업화 경로가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틱 AI가 사무·서비스 영역의 자동화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로보틱스·모빌리티·제조 자동화로 대표되는 피지컬 AI가 본격적인 산업 적용 단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술 논쟁을 넘어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조업과 물류, 건설, 헬스케어 등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AI 적용이 확대되면서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6년은 각국의 AI 규제 프레임워크 확립과 AI 생태계 성장으로 AI를 접목한 더 많은 서비스와 제품들이 상용화될 것"이라며 “어플리케이션의 확장으로 더 높은 성장 잠재력과 시장성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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