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11일 개최한 상법 추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왼쪽부터)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예고한 상법 추가 개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1일 공청회를 열고 최근 상법 개정안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중요한 쟁점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날 공청회에는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이 참석해 두가지 제도 도입에 따른 문제점 지적 및 장단점 비교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공청회에서 정우용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과도한 규제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 그 결과는 결국 주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최대 주주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도 기관투자자 등 소수 주주가 결합해 과반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면 자본 다수결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면서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가 결합돼 동시 적용된다면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집중투표제 배제를 금지하는 것은 자본 다수결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 생각한다"며 “현재도 집중투표 배제를 위해 주주 동의를 충분히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기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방어수단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위 두가지 제도 시행 시 최대주주는 많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경영권을 갖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특히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이 더 높아 타격이 있을 수 있어 제도 도입에 심사숙고해 주실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도입 시 오히려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주식회사에서 이사회를 두는 것은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며, 같은 목적에서 집중투표제와 같은 제도를 두고 있다"면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 의무화하고, 그 미만 기업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 배제를 위한 정관 개정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감사위원 전원에 대한 분리선임도 필요하다"면서 “만약 기업에서 2명의 감사위원만 분리 선임 제도를 적용할 경우 대주주의 뜻대로 다른 3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두게 되고, 이 경우 기업 및 소액주주의 독립성이 쉽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도 도입에 의한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제도가 실제 도입된 회사에서 적용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10년에 걸쳐 3건, 회사당 연평균 4.3%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한명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시행해도 5년간 33건, 33%에 불과하다"면서 “기업에서 두 가지 제도 도입으로 실제 지배권이 이전 및 상실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 예외적이며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주주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명예교수는 “대주주의 경영권은 경영을 주도하고 기업의 실질적 주도권을 갖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주주평등, 의결권 비례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제도 도입 시 엄격한 검증절차 없이 소액주주 등에 의한 감사위원 추천 및 선출이 이뤄지게 되면 오히려 대주주에 대한 역차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자본 다수결이 원칙이 지배하는 대그룹에서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최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또한 매우 위험한 제도"라며 “감사위원은 감사 이전에 회사 이사회 이사인데, 이사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자회사 감사권까지 갖는 지주회사에서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회사 크기를 줄여 자산총액 2조원 미만 회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대상 기업을 자본 규모 2조원 기업으로 제한을 두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며 “하나의 제도를 시행해보지도 않고 연속적으로 또다른 제도를 개정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상법 개정안에서는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하던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조항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야는 해당 조항에 대해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주당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대주주 중심의 경영 구조를 견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대주주 중심의 경영 구조를 견제하고,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 집중시켜 이사로 선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동시에 이 제도가 의무화될 경우 이사회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어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집중투표제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해왔는데,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인해 이러한 전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역시 대주주에 대한 견제 강화하목적을 갖는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가 경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실제로 기업 지배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