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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등기임원 복귀 뒤 ‘삼성 리셋’ 본격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7 17:20

■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경영행보 및 과제는

강력한 오너십 바탕 위기 극복 리더십 발휘 기대 높아

블룸버그 “삼성전자 활성화 집중 노력할 수 있게 됐다”

이사회 복귀로 삼성그룹 차원 ‘콘트롤타워 재건’ 전망

반도체 글로벌 리더십 회복, AI·로봇 신사업·M&A 속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첫번째)이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회동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향후 경영 행보와 삼성전자 전열 재정비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한 '해결사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 복귀를 시작으로 그룹 차원 콘트롤타워도 재건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사법 족쇄'를 벗어낸 이후 곧바로 삼성전자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으로 점쳐진다. 10년여간 글로벌 정세가 크게 바뀐 가운데 회사가 다양한 형태의 위기에 노출된 상태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는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수십년간 쌓아온 '반도체 초격차' 신화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돼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위인 대만 TSMC와 경쟁에 밀리면서 매 분기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가전 등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현대차·SK하이닉스에 밀려 2년 연속 국내 2위에 그쳤다는 점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가 기대하는 점은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 미국-중국간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글로벌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과 자주 교류해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이달 초에는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인 '선 밸리 콘퍼런스' 행사에도 참석했다.


앞서 올해 4월 일본, 3월 중국 등을 방문해 주요 파트너 및 잠재 고객과도 만났다. 특히 중국 방문 당시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가 심각한 만큼 이 회장이 2심 무죄 판결 이후 글로벌 경영 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고 해석한다.


삼성 로고

▲삼성 로고

삼성전자가 수년째 추진 중인 '대형 인수합병(M&A)' 윤곽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회사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실시한 '빅딜'은 2017년 3월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당시 투자금은 9조3000억원이다.


이후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한 것은 올해 5월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약 2조4000억원)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빅딜' 최종 결정권자인 만큼 사법리스크를 벗어낸 상황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는 이 회장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


당장 재계의 관심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언제 복귀할 지 시점에 쏠리고 있다.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치고 조직 분위기 쇄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임시주총을 통해 이 회장을 등기임원에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후에는 과거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그룹 콘트롤타워를 부활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당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고 임원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한편, 경영계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벗어낸 것과 관련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입장문을 통해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해당 기업의 경영 리스크 해소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해외 주요 외신들도 이 회장의 무죄 확정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전자기업의 억만장자 수장에 큰 법적 승리"라고 소개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 속에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가 사업 활성화에 다시 집중하고 선도적인 첨단 반도체 공급업체로서의 입지를 되찾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예상된 결과지만 삼성전자를 이끌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이재용 회장에게 중요한 순간"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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