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쏘 러브콜 캠페인에 화답한 유재석.
“CO₂(이산화탄소) 없이 물만 배출하는 차, 넥쏘."
현대자동차가 최근 전개하고 있는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앞세운 수소차 '디 올 뉴 넥쏘' 광고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다.
실제로 수소차가 도로를 달릴 때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가 만들어지고 부산물로 물만 나온다. 이 과정에서 매연이나 이산화탄소(CO₂) 등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홍보 문구가 일반 소비자에게 친환경 이미지를 지나치게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광고에서 고려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7일 “CO₂ 없이 떠나는 수소 모빌리티의 여정, 저 유재석도 넥쏘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영상을 공식 유튜브와 소속사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이어 9일 공식 계정을 통해 넥쏘에 대한 긍정적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글도 올렸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 기상캐스터 정주희 등 평소 환경에 관심 많은 유명인들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처럼 유명인을 내세운 현대차의 수소차 마케팅을 두고 소비자에게 친환경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넥쏘와 같은 수소차가 주행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 자체는 사실이나 'CO₂ 없이'라는 표현은 수소차를 주행 중인 상황에만 국한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상용 수소의 약 99%는 천연가스 개질(SMR) 방식으로 생산되는 이른바 '그레이수소'다. 업계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수소 1㎏을 생산할 때 평균 8.6㎏에서 최대 11.4㎏의 CO₂가 배출된다.
넥쏘로 연간 1만5000㎞를 달리려면 약 158㎏의 수소가 필요한데, 이 때 수소 제조 과정에서만 약 1360~1800㎏의 CO₂가 추가로 발생한다. 반면에 휘발유차가 같은 거리를 주행할 때 약 1620㎏의 CO₂를 배출한다. 수소차의 감축 효과는 약 16% 내외에 머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차라고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소차가 생산부터 운행까지 완전히 무탄소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주행 중 배출가스가 없으면 제로 에미션이라고 정의하지만, 수소차든 전기차든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전기차, 수소차가 미국 전체에 보급될 경우 도심의 대기오염은 분산되는 효과가 있지만, 전기,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의 대기환경이 악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소차 광고·홍보는 이처럼 주행구간만 강조한다. 물만 배출한다는 점만 내세우고, 정작 수소의 생산·운송·저장·충전 등 전과정에 걸친 온실가스(탄소) 배출은 설명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주행 시점만을 놓고 친환경을 단정짓는 것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돈(현금)을 쓰지 않았다고 여기는 식의 오해"라고 꼬집으며,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수소차가 진정한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선, 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의 확대가 핵심이다. 현실적으로는 아직 경제성·공급망·기술 등 넘어야 할 벽이 높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그린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머물고, 경제성·공급망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있다. 국내·외적으로도 '청정수소'의 상용화율은 턱없이 낮다.
이호근 교수는 “부생수소(석유화학·제철 등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수소 생산에서 추가 CO₂ 배출을 늘리지 않고도 친환경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부생수소 비중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이나 태양광 등으로 수소를 만들면 전체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이 교수는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