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형 LG OLED 에보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컷.
글로벌 TV 시장 강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위기에 직면했다. 소비심리 위축 및 중국 제조사의 저가 공세 속에서 양사 TV 사업의 수익성은 빨간불이다. 양사는 기술 우위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과 기업 간 거래(B2B) 시장 확대, 콘텐츠 기반 수익모델 강화 등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191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39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 앞서 1분기에는 영업이익 49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 한때 분기 수천억원대에 달했던 이익과 비교하면 실적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 역시 흐름이 비슷하다. TV와 생활가전을 맡는 VD·DA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에도 해당 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3% 줄었다.
업계는 팬데믹 특수의 소진과 경기 침체로 인한 교체 수요 급감이 실적 악화의 핵심 배경으로 보고 있다. 고장이 나지 않는 한 TV를 새로 사지 않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면서, 수요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2억870만대로 전년 대비 0.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TV 제조사의 약진도 주요 변수다. 옴디아에 따르면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지난해 출하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1.2%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4%)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20년 24.4%였던 중국 TV 점유율은 2023년 30%대를 돌파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이들 업체는 중저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에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상호 LG전자 MS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전무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중국 내수 부진으로 인한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해외 진출이 이어지며, 강도 높은 경쟁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호텔 TV 신모델.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술 우위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단순히 출하량을 늘리기보다는 고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질적인 성장을 꾀하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돌파구는 B2B 시장이다. 양사는 일반 소비자(B2C) 수요 둔화에 대응해 호텔 등 기업용 TV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양사는 '구글 캐스트'를 지원하는 호텔 TV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호텔 TV는 숙박시설 객실에서 스마트폰과 연동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특화 제품이다.
업계는 호텔 TV 시장을 '장기 납품 계약이 가능해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한 분야'로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텔용 TV는 계약 단가와 물량이 크고 납품 주기도 길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한 광고 기반 수익모델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양사는 각각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 플랫폼인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의 글로벌 시장 내 사용자 저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FAST는 TV 프로그램 수준의 콘텐츠를 광고 기반으로 무료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뜻한다. 전 세계에 판매된 수억대의 TV에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
양사는 광고 수익 창출을 위한 콘텐츠 수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 TV 플러스는 지난 5월 SM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업계 최초로 SMTOWN 채널을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에버랜드 바오패밀리 돌잔치를 생중계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시도로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027년까지 프리미엄 콘텐츠 확보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FAST 콘텐츠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