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9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공장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셀트리온 채널 캡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품목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이 미국 현지 공장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셀트리온은 미국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인수 입찰에서 글로벌 기업 2곳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를 앞두게 됐다고 29일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직접 공개하며 이번 생산공장 인수 및 운영에 700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미국 관세 범위에 따라 (현지 생산공장을) 증설할 경우 추가로 3000억~7000억원이 들어갈 수 있다"면서 “다음 달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본계약을 추진한다고 가정하면 미국 정부 승인까지 거쳐 연내에 해당 시설을 100%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에 필요한 자금조달은 자체조달과 금융기관 협조가 병행될 예정이라며 올해 4분기 공장 경영을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셀트리온 제품이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셀트리온이 인수를 추진 중인 공장은 미공개 글로벌 의약품 기업이 보유한 대규모 원료의약품(DS) cGMP 생산 시설로, 미국 내 주요 제약산업 클러스터에 위치하고 있다.
이 시설은 수년간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주요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해 오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공장명이나 피인수 기업명은 양측 합의에 따라 오는 10월 초순으로 예상되는 본계약 체결 시까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이 공장 인수에 성공하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주력 제품들을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어 미국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장은 cGMP 시설의 50%는 위탁생산(CMO) 계약을 통해 피인수 회사의 바이오의약품을 5년간 독점 생산하고, 나머지 50%는 셀트리온의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향후 미국 내 판매 증가에 발맞춰 추가 증설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이 공장은 셀트리온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의 캐파(생산용량)를 갖추게 된다.
서 회장은 간담회에서 “미국에 백지상태로 공장을 짓는 것보다 경제적, 시간적 측면에서 인수가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등 향후 미국에 출시할 제품이 다수 계획돼 있는 만큼 이번 현지공장 인수로 관세 리스크로부터 일찌감치 벗어난다는 전략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의약품 품목 관세와 관련,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어 28일에는 “제약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길 원한다"며 “매우 가까운 미래에 제약 관련 (품목 관세) 발표를 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현재 미국 현지에 자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국내 기업은 뉴욕주 시러큐스에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보유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시설을 보유한 차바이오텍 정도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이미 현지 판매망 구축도 완료한 상태인 만큼 (현지공장 인수에 성공하면) 직접 제조에 따른 원가 개선은 물론 물류비 절감까지 실현할 수 있어 원가율 감소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인천 송도 2공장 전경. 사진=셀트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