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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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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승’ 하나마이크론, 인적분할 ‘멈춤’…본안도 빨간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9 10:00

위임장 검증 절차 미흡…“정족수 충족 단정 어렵다"

'찬성률 기준선 턱걸이' 무효표 처리 땐 뒤집힐 수도

법조계 “가처분 인용, 본안서도 유지될 가능성 높아"

“'주총 질서 혼란' 악용 선례 막은 의미 있는 결정"

사진=하나마이크론

▲사진=하나마이크론

하나마이크론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회사의 인적분할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가처분 인용이 본안 판결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하나마이크론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결의 효력을 본안 소송 확정 전까지 정지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하나마이크론이 지난 7월 임시주총에서 가결한 분할계획서 승인 등 주요 안건의 효력은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된다.


법원은 우선 위임장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법원은 15일 검사인 선임결정에서 검사인의 조사사항으로 '주주 확인 및 위임장 심사 등 대리권 인정 여부와 관련된 사항'을 명시했다. 성원(정족수) 보고에 앞서 주주들로부터 받은 위임장을 검사인에게 제공해 대리권 인정 여부를 확인받았는지 여부도 포함됐다.




그러나 검사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총회 성원 보고 전에 주주들로부터 받은 위임장을 검사인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대리권 인정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고, 주주들이 요청한 위임장 검수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또 주총에서 제출된 위임장 상당수에 하자가 발견됐다는 점을 짚었다. 일부 위임장에는 주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고, 몇몇 주주는 소송대리인과의 통화에서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원은 “신분증 사본이나 인감증명서 등 본인 의사를 확인할 서류가 첨부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위임장 원본 제출만으로는 대리권 수여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법 제530조에 따르면, 인적분할과 같은 중요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약 66.67%)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약 33.33%)이 찬성해야 한다.


하나마이크론의 이번 결의는 출석 주주의 찬성률이 74.43%로 기준선인 66.67% 보다 7.7%포인트 초과해 요건을 충족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으로는 34.83% 찬성으로 법정 요건을 아슬아슬하게 맞춘 수준이다.


법원은 찬성표와 반대표 간 표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위임장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이나 무효표 처리 여부에 따라 정족수 충족 여부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다수의 위임장이 신분증 사본, 인감증명서 등 본인 확인 서류가 누락된 상태로 제출됐기 때문에, 일부 위임장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찬성률이 법정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이번 결정이 본안 소송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처분 인용 결정이 본안 소송에서도 동일한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나도 법무법인 대청 변호사는 “심문 기일을 여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도로 높은 소명(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한다"며 “그럼에도 인용된 사건은 본안 판결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도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온 걸 보면 본안 소송에 제출될 만큼의 증거가 제시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본안에서 재량 기각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사안은 그 요건을 갖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재량 기각이란 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때 법적으로 요건은 갖췄더라도, 법원의 재량에 따라 신청을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 이상목 대표는 “이번 가처분에서 법원이 기각으로 결정했다면, 회사든 소액주주든 주총에서 패배를 직감할 때 마다 위임장을 조작해서 승리를 주장하는 등 주주총회 질서를 현저히 문란하게 만들 수 있는 선례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내에 공정한 주주총회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이번 법원의 판단에 존중을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액트는 소액주주 측의 위임장 진위 여부를 검증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에너지경제>는 소액주주 측이 제기한 '위임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하나마이크론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했으나, 회사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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