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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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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세 보호막’ 사라진 현대차·기아, 수익성 방어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31 15:53

25% 피했지만 ‘15% 관세’ 부담 현실화

상반기 美서 영업익 감소 전략개편 필요

시장 다변화·현지생산 고부가 창출 주력

“경쟁력 강화·기술혁신으로 내실 다질것”

인터뷰하는 정의선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완성차 업계를 괴롭히던 25%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춰졌다. 즉시적인 큰 부담은 완화됐지만 기존 무관세를 누리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큰 제약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외 시장 확대,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 현지 생산 확대 등의 전략적 전환에 집중할 방침이다.


31일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지고,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는 15%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늘(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 도출이란 원칙 하에 협상에 임했다"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양국 호혜적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 전략을 다듬고 치열한 고민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미국시장은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 278만대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시장으로,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는 일본, EU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자동차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노력에 자동차 관세는 기존 대비 10%p 낮아졌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웃을 수 없다. 기존 무관세와 대비하면 15% 관세도 뼈아프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 판매를 발판으로 '글로벌 빅3'에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하반기에도 영업이익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 상반기 실적을 합산한 결과 매출액은 약 15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3% 감소했다. 즉 많이 팔았지만 관세 비용으로 인해 마진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시장 판매량을 살펴보면 더욱 와닿는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각각 26만2000대, 23만2000대를 판매하며 판매량 측면에선 전년 대비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은 153억4000만달러(약 21조3800억원)로 전년 대비 16.8% 감소했다.


이는 수출 물량은 유지된 반면, 관세·물류·환율 등 복합 비용 상승이 차량 단가에 반영돼 영업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이처럼 어려운 대외 환경에 맞서 미국 외 시장 확대,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 현지 생산 확대 등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미국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유럽, 인도, 중동, 동남아 등 신흥시장과 성장유망 지역 중심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 현지 맞춤형 모델을 투입하는 등 시장별 전략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 역시 화두다. 최근 몇 년간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전기차 라인업을 적극 확대해온 현대차그룹은, 15% 관세 부담이 커진 미국 시장에서는 SUV, EV, 프리미엄 모델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 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일 판매량에서도 수익성 하락 폭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미국 현지 생산 강화도 중요하다. 이미 현대차는 앨라배마, 기아는 조지아 공장 등 미국 내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고, 최근 조지아에 대규모 전기차·배터리 공장 신설에도 투자하고 있다. 현지 생산 물량을 증대하면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는 “관세 15%가 단기적으로는 타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략 전환과 신시장 개척, 고부가가치화, 현지화 추진이라는 구조적 재편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관세 부담 완화를 위해 추가 지원책 마련, 수출 다변화 지원, 통상 대응 역량 강화를 함께 준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AMA 관계자는 “경쟁력 제고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미국 현지시장 점유율 확대, 수출시장 다변화 및 미래차 전환 촉진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자동차 및 부품 품목관세가 빠른 시일 내에 수출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하며, 자동차업계가 국내 생산기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등 정책적 지원도 함께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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