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주식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뒤 주가가 급락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다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그러나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여당내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려던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도세 강화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자가 이날 기준 10만 명에 육박하는 등 민심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제 개편안에 따른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며 “10억 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 정상화 특위', '코스피 5000 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그는 “당정 간 긴밀한 협의로 투자자 불신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가 페이스북 글을 올린 지 한 시간 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도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특위도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위는 “정부의 안은 국회의 세법 개정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각 항목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등 개미 투자자가 원하는 내용의 2차 상법 개정안을 의결한 점도 부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일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진 위의장은 SNS에 “1일 우리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져 주식 투자자들께서 속도 상하고 화도 많이 나셨을 줄 안다"며 “지금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들 하지만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적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종목당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다시 25억원으로 낮추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다시 10억원으로 낮추었으나 당시 주가의 변동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양도세 10억원 대주주 기준 재상향 검토 문제와 관련해 “현재 검토하는 바는 없다"며 “만약 당이나 입법 기관에서 제안하는 부분이 있으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코스피 급락 관련 질문에 “(세제 개편안 발표와의) 인과관계 분석이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히 코스피 등락이 세제 개편 (발표) 이후에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2025년 세제 개편안에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종목당 10억 원을 초과해 주식을 보유한 개인에게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매도세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달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6.03포인트(3.88%) 급락한 3119.41로 마감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5% 상호관세 행정명령이 발표됐던 지난 4월 7일(-5.57%)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