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원전 비밀 합의문 논란에 따른 시장, 업계 영향 요약
증시와 원전업계, 야권 안팎에서 정부·여당의 원전 관련 정책 혼선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脫)원전 없는 원전 죽이기'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전·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WEC) 간의 지적재산권 협정 문건 보도가 나온 시점은 원전 ETF가 상장되기 바로 전날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의 원자력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코리아원자력' ETF 상품을 지난 19일 상장했다. 이 ETF는 K-원전 수출 밸류체인과 SMR(소형모듈원전)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을 주 투자 대상으로 삼아 두산에너빌리티(26.5%), 현대건설(22.6%) 등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나 상장 바로 전날인 18일 밤, WEC와의 비밀 협정 문건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보도 내용은 한국이 미국에 퍼주기식 '호구 계약'을 체결했다라는 내용이었다. 즉각 여당은 매국 협상이라며 진상조사 필요성을 제기했고, 실제로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원전 ETF와 관련 종목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ETF는 상장 당일 3~6%대 급락했고, 대표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약 5~8% 하락, 한전과 한전기술, 한전KPS 등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ETF 출시 소식으로 기대를 모으던 투자자들은 감당하지 못할 후폭풍을 맞게 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ETF 상장과 글로벌 수주 확대 기대감으로 투자자금이 본격 유입되려는 시점에 정부·여당이 대놓고 찬물을 끼얹었다"며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이래서야 코스피 5000이 가능하겠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전 ETF에 투자자금이 몰리면 향후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반(反)원전 정책을 펼칠 경우 민심이 나빠질 것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정치적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더욱 높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은 불가피하게 신규 원전 건설이나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도 차질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미 국제적으로 합의된 수주를 놓고 정부 스스로 경쟁력에 제동을 거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면 이런 문제는 애초에 없었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주까지 성공시킨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어 “지금의 사태는 단순히 원전 ETF의 출시를 넘어서 국가의 에너지 주권, 정책의 투명성과 시장 신뢰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게 만들었다"며 “정부가 순조로운 원전 수출과 산업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치적 리스크 관리까지 동시에 해내야 하는 중대한 분기점이지만 스스로의 경쟁력 저하와 문제 지적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라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