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관광재단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이 서울 관광 마케팅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명 A아이돌그룹을 '볼모'로 삼은 부실 사업·입찰 비위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단은 2021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사태로 감소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업비 약 90억원(예정가) 규모의 서울관광통합마케팅 사업을 발주했다. A아이돌 그룹과 같은 빅모델을 활용한 서울 관광 해외 광고 제작(24억원), 축제 및 이벤트 연계 마케팅(40억원), 서울 관광 홍보(26억원) 등이 포함됐다.
같은 해 4월 입찰을 실시해 B 대형기획사가 용역을 따냈다. B사는 2위 업체에게 주요 항목에서 모두 뒤졌지만 55억8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안한 덕에 낙찰에 성공했다. 2위 업체(79억6300만원)보다 무려 23억여원이나 적었다. 통상 공공 입찰이 예정가(90억원)의 80% 안팎에서 낙찰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문제는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 과정에서 발생했다. B사와 재단은 법적 근거나 타당성 없이 사업 내용을 대폭 변경해 전체 사업비를 20억3000만원이나 늘렸다. 계획했던 15개 사업 중 12개 사업이 축소되거나 추가되는 등 대폭 변동됐다. 받는 돈이 늘어난 사업자 입장에선 환영할 일일지만, 공공 입찰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업 설계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A아이돌그룹이 사업비 증액을 위한 '볼모'로 활용됐다. 재단은 B사가 입찰시 A 아이돌그룹에게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모델료를 “현실성이 없다"고 자체 판단한 후, 현실화를 이유로 2배나 늘려줬다. 추가 빅모델 기용 등 사업 내용에 변동이 없으면 가격 협상시 당초 제안된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는 행정안전부 예규를 정면으로 위배한 조치였다. 게다가 B사는 제안서 평가 회의때 심사위원들이 “제안 금액이 타 업체에 비해 너무 낮지 않냐"고 지적하자 “제시한 예산 내에서 사업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까지 했었다.
재단 측은 뿐만 아니라 시가 이를 추궁하자 '뻔한 거짓말'로 모면하려 했다는 정황도 있다. 재단 측은 시에 “입찰 제안서에 빅모델이 A아이돌그룹이라고 명시해 공고하지 않았고, 맞춰서 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이다. 그러나 A 아이돌그룹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 서울관광홍보대사로 활동해왔었다. 재단도 입찰 전 A아이돌그룹을 활용한 해외 관광 마케팅을 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이에 입찰 참여 업체 3곳 A아이돌그룹을 빅모델로 상정한 제안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안부 예규대로라면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실시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재단이 B사의 제안서에서 명시된 모델료가 비현실적이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했으면 협상대상자를 변경해야 하는 데도 사업 내용 변경도 빅모델료를 올려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입찰 과정도 불공정해졌다. B사는 입찰에서 2위 업체와 기술 능력 정량 평가는 20점으로 동일했고 정성평가에선 오히려 0.25점 뒤졌다. 그런데 가격 평가(총 10점)에서 2.54점 더 높아 낮은 입찰가가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즉 B사는 A아이돌그룹에 지급할 모델료로 2위 업체보다 10억여원이나 적은 금액을 써내 입찰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단과 B사는 최종 협상 과정에서 뚜렷한 근거나 사업 내용 변경도 없이 빅모델료를 두 배 넘게 증액해 입찰 심사 결과를 무색케 했다. '저가 입찰'로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추후에 사업비를 늘리는 전형적인 공정 계약 질서 훼손 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B사가 진행한 적이 없는 '유령행사'나 전혀 다른 형태로 행사를 축소 진행해 놓고도 총 5억여원의 용역비를 다 타간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 재단은 B사 측에 2022년 최종 정산 후 총 88억9000여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여기엔 20억9000만원의 민간협력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이 민간협력사업 용역비 중에 개최된 적이 없는 '유령행사' 비용이 포함돼 있었다. B사는 2021년 7월1일~12월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C 행사를 진행했다며 3억1900만원을 받아갔는데 시 조사 결과 그런 행사는 열린 적이 없었다.
또 B사가 같은 해 7월~10월 서울 전역에서 진행했다는 '김포국제공항 활성화 해외 홍보 협찬' 사업도 알고 보니 인터넷 동영상 2편 게재가 고작이었지만 2억2000만원을 고스란히 받아갔다.
재단 관계자는 “당시 진행된 서울관광홍보마케팅 사업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유령행사 의혹의 경우 사실이 아니었으며 출연진 교체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