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보호중앙연맹 주최주관한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과 연맹 위원들이 동도 꼭대기까에서 서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에스더 기자
울릉= 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짙푸른 파도를 가르며 울릉도를 출발한 배는 3시간여를 달려 독도에 도착했다. 파도와 바람에 깎인 절벽, 수많은 해조류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그 풍경은 살아 숨쉬는 '자연의 성역'이었다. “독도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환경과 평화의 상징"이라는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의 말은 현장에서 더 큰 울림을 줬다.
(사)자연보호중앙연맹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제15회 울릉도·독도 외국인 유학생 자연유산 보전운동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활동을 성황리에 마쳤다.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주최·주관, 환경부와 울릉군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울릉군민회관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3일간 울릉도와 독도 일원에서 전개됐다. 단순한 탐방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한국의 자연유산을 체험하고 그 가치를 함께 논의하는 교류의 장이었다.
■ 첫날 – 개회식과 숲에서의 배움

▲(사)자연보호중앙연맹은 지난 21일 '제15회 외국인 유학생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활동' 개막식을 개최했다. 박에스더 기자
21일 오후 울릉군민회관에서 개회식이 열렸다. 김용덕 총재를 비롯해 남한권 울릉군수, 외국인 유학생, 자연보호연맹 위원 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자연보호헌장 낭독으로 문을 연 행사는 감사패 전달, 인사말, 환영사, 축사로 이어졌고, 곧바로 '생태계서비스 평가활동'이 진행됐다.
21일 오후, 참가자들은 울릉도 육로 탐방에 나섰다. 봉래폭포로 향하는 길은 짙은 녹음이 드리워진 숲길이었다. 봉래폭포는 성인봉으로 오르는 주삿골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북서쪽 나리분지에 모인 강수가 지하로 스며들어 피압수 형태로 솟아오른 뒤, 지형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형성된 3단 폭포다. 높이 약 60m에 달하는 폭포수는 굉음을 내지르며 떨어져 내려, 울릉도 남부 지역의 주요 식수원 역할을 하고 있다.
오르는 길목에 펼쳐진 풍혈(바위 틈새에서 나오는 찬 바람)에서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와 산을 오른는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숲속 삼나무가 뿜어내는 맑은 공기는 그 자체로 깊은 산림욕이었다.
학생들은 웅장한 폭포 앞에 서서 숲이 지닌 탄소흡수, 수자원 보호, 경관 제공, 문화적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며 생태계서비스의 중요성을 직접 체감했다. “이 폭포와 숲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자연이 공존하는 상징"이라는 해설에 고개를 끄덕이며, 참가자들은 탄소 흡수, 수자원 보호, 경관과 문화적 가치 등 숲이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즐기며 자연스레 숲은 단순히 나무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자산임에 깊은 공감을 했다.
■ 둘째 날 – 파도를 넘어 도착한 독도, 꼭대기까지 오른 영광

▲(사)자연보호중앙연맹이 주관추최한 '제15회 외국인 유학생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활동' 참가자들이 22일 독도항에 입도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사)자연보호중앙연맹
22일 아침, 배는 울릉도를 떠나 동해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87.89km 떨어진 독도를 향해 달렸다. 3시간의 항해 끝에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독도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크고작은 바위섬이 주변에 흩어져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으로 펼쳐졌다 높은 파도에 몸이 흔들렸지만, 육안으로 독도의 자태가 드러나자 학생들의 얼굴은 경이로 가득 찼다.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틈마다 자라는 풀꽃, 검푸른 바다는 '살아 있는 독도'를 증명하고 있었다.
독도의 여객선 선착장은 동도에 있다. 일반인들은 보통 몽돌해변까지만 발길을 허락받지만, 이번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과 연맹 위원들에겐 특별히 초소가 있는 꼭대기까지 개방됐다. 무려 15년 만에 허용된 귀한 기회였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동안 암석 사이로 피어난 작은 야생화를 발견하고, 손끝으로 화산석의 질감을 느끼며 숨을 고르곤 했다. 정상에 올랐을 때, 서도와 주변 바위섬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관은 말 그대로 희열 그 자체였다.
“ '3대가 덕을 쌓아야 밟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귀한 독도 땅을 밟은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으니 몇 대의 덕을 더 쌓은 것일까" 참가자들은 그 영광의 순간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살아 있는 독도의 심장부를 직접 체험한 경험이었다.
보반푹(베트남·국립강릉원주대 재학) 학생은 “이번 기회를 통해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새로운 경험이 됐다"며 “예전에 누군가 '독도가 대한민국 땅인가, 일본 땅인가'를 묻는 것이 이상했는데, 그때는 국토 분쟁을 잘 몰랐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땅이라고. 이번 경험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고, 학교로 돌아가면 독도에 대해 더 깊게 탐구해보겠다"고 말했다.
독도와의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한 참가자들은 다시 울릉도로 돌아와 육로 탐방에 나섰다. 도동→ 사동→통구미→남양→태하→현포→천부→나리분지→삼선암 등 울릉도의 주요 지점을 돌며 숲과 바다, 마을이 어우러진 자연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특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 전해들은 강치(바다사자)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때 독도와 울릉도의 바위섬을 가득 메웠던 강치는 일제강점기 시절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20세기 중반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강치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이 바다의 생태계 균형을 지탱하던 상징이었다"며 “사라진 강치를 기억하는 일은 곧 우리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원제용 독도수호위원장(중앙연맹 부총재, 강원도의원)이 22일 '한국령' 독도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에스더 기자
원제용 독도수호위원장(중앙연맹 부총재, 강원도의원)은 “제15회 외국인 유학생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은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 사랑의 정신을 배우는 뜻깊은 시간이다. 앞으로도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길 바란다"며 “특히 독도는 우리의 중요한 영토로, 이번 활동이 그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마지막 날 – 울릉도를 굽어보고, 독도 역사를 되새기다
23일 아침, 참가자들은 도보로 10여 분 언덕을 올라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불과 몇 분 만에 울릉도의 산과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수평선 너머 독도까지 보인다지만, 이날은 아쉽게도 해무에 가려 독도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푸른 바다와 겹겹이 둘러선 산세가 어우러진 울릉도의 장관은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케이블카를 내려와 독도박물관을 찾았다. 1995년 개관한 독도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독도 전문 박물관이다. 동북아 해양 영토의 중심인 독도의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 자료를 수집·전시하기 위해 건립됐으며, 독도를 둘러싼 각종 사료와 사진, 지도, 유물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학생들은 독도박물관 전시를 통해 독도가 단순히 아름다운 섬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지켜온 영토이며 학문적·문화적 가치가 큰 자산임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3일간의 여정은 짧은 일정이었지만 참가자들에게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는 것이 곧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안겨줬다. 울릉도의 숲과 바다, 그리고 독도의 파도 속에서 다진 다짐은 전 지구적 연대의 씨앗으로 이어질 것이다.
■ 김용덕 총재 “자연은 미래, 독도는 영토…세계와 함께 지켜야 할 가치"

▲김용덕 중앙연맹 총재가 23일 여정의 마무리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에스더 기자
김용덕 (사)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는 “울릉도와 독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유학생들에게 직접 체험하게 하고, 각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자연 보존 성과를 알리도록 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임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탄자니아 출신 아모스라카 학생의 사례를 언급했다. 아모스라카 학생은 울릉도와 독도 체험 후 논문을 통해 “대한민국은 자연환경 보존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대표적 국가"라며 한국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알렸다. 김 총재는 “이처럼 학생들이 연구보고서나 논문으로 성과를 남기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참가 인원 감소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김 총재는 “학생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행사 취지와 목적에 맞게 참가 인원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코로나 이전에는 80명 이상이 참여했지만, 이후에는 국가별 균형을 맞추고 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50명 내외로 운영하고 있다. 이미 다녀간 학생들만 해도 상당수이며, 이들이 한국을 알리는 글로벌 인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울릉도·독도의 자연과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경험이야말로 가장 값진 배움이다. 학생들이 작성한 소감문과 수기를 보면,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며 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총재는 독도 보전의 미래 과제도 언급했다. “현재는 경찰이 독도를 지키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민들이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는 청정 독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일 간 어업 협정 등 논쟁이 있지만, 올바른 홍보와 국제적 이해를 통해 갈등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행사가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동시에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국가적·국제적 가치를 넓혀 나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사)자연보호중앙연맹은 울릉도 마지막 날인 23일 일정을 마무리하며 ' APEC 2025 정상회이 성공개최 기원 '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에스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