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니피센트7 로고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주요 기술기업 7개인 '매그니피센트7'(M7, 애플·아마존·알파벳(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테슬라·메타)이 다소 구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열풍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자 AI 시대에 걸맞는 신조어들이 월가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AI에서 벗어나 미국의 혁신과 성장을 주도할 유망한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M7은 생성형 AI인 챗GPT가 등장하면서 2023년부터 본격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2022년에는 글로벌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그러나 챗GPT가 글로벌 경제의 중심에 서자 엔비디아를 필두로 MS, 애플,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가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했다. 2010년대부터 고성장 빅테크 테마주로 각광받았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무너지면서 M7 체제가 굳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M7 주식들도 2023년부터 고공행진했다. '블룸버그 M7 지수'는 2023년 1월부터 지난 26일까지 308.1% 급등했다. 개별 종목별로 보면 엔비디아가 1100% 가량 폭등했고 메타(495.7%), 테슬라(292.1%), 아마존(115.4%), 알파벳(176.8%), MS(112.6%), 애플(103.9%)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73.7%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사진=AFP/연합)
◇ 오라클·팔란티어·브로드컴 등 새로운 AI 강자들 부상
그러나 M7만으로 AI 시대를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AI 산업이 확장하면서 새로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대규모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주가가 75% 급등했다. 지난 10일엔 36% 폭등해 1992년 이후 일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인 팔란티어도 AI 소프트웨어 수요 급증으로 주가가 135% 폭등, 올해 나스닥100 지수 중 가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 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는 유망한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올해 주가가 40% 넘게 상승해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7번째로 큰 기업으로 등극했다.
M7 중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AI 시대에 적합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엔비디아, 알파벳, 메타, MS 등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21~33%에 달하지만 애플, 아마존, 테슬라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특히 애플과 테슬라는 더 이상 '매그니피센트'하지 않다는 지적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안테로 미국 투자펀드 아티산 파트너스 산하 안테로 피크 그룹의 크리스 스미스는 “모바일,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대의 승자였던 M7이 이번에도 승자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AI를 통해 거대한 시장을 열 기업이 M7을 능가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M7이 AI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1년간 M7 개별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 추이(사진=로이터통신)
◇ “테슬라, 애플 등 제외해야"…팹4·빅6·엘리트8 등 신조어 등장
이에 월가에서는 기존의 M7을 대체하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 MS, 메타, 아마존으로만 구성된 '팹4'(Fab Four), M7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빅6'(Big Six), M7에 브로드컴을 추가한 '엘리트8'(Elite 8) 등 다양하다.
또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글로벌 마켓은 M7에 브로드컴, 팔란티어, AMD를 추가한 'Cboe 매그니피센트10' 지수를 발표하며 관련 선물·옵션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그러나 오라클이 이 지수에 빠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각에선 AI 산업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수혜주들도 특정 빅테크를 넘어 확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통신장비 업체 아리스타 네트웍스,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저장장치 기업 웨스턴디지털·씨게이트·샌디스크 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으며,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 주가는 최근 6개월간 150% 이상 뛰었다.
블룸버그는 “AI에 따른 수혜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AI를 활용해 효율성과 성장을 이끄는 기업들로 이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AI 스토리가 변함에 따라 과거 승자로 주목받았던 기업들의 주가가 계속 오르더라도 새로운 승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모형. 사진=뉴스케일파워 유튜브
◇ “AI 벗어난 유망 산업 주목"…뉴스케일·아이온큐 등도 주가 급등
한편, 미국 증권 정보 분석회사인 '247월스트리트'는 “AI를 벗어나 미래에 우리가 살고, 일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새로운 산업이 있다"며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7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프론티어 7(Frontier 7)'을 최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도심항공교통(UAM) 기업 조비에비에이션,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뉴스케일파워, 뇌과학 기업 클리어포인트뉴로, 유전자 편집 기술 기업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민간 로켓 기업 로켓랩, 광자컴퓨팅 기업 퀀텀커퓨팅 등이 프론티어 7으로 구성됐다.
이들 주가도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올해 114% 급등했고 조비에비에이션(99%), 인텔리아 테라퓨틱스(33%), 로켓랩(85%) 등도 크게 뛰었다.
클리어포인트뉴로 주가의 경우 지난 24일 하루에만 60% 가까이 급등했다. 이 회사의 파트너사인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인 유니큐어가 개발 중인 유전차 치료제 AMT-130이 헌팅턴병 진행 속도를 75% 늦추는 결과를 얻었다는 소식을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이 주가는 지난 8월 연저점 대비 115%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양자컴퓨터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한 아이온큐는 지난해 9월말 8달러대에서 지난 26일 67.28달러를 기록하는 등 1년간 상승률이 670%에 육박하다. 같은 기간 퀀텀컴퓨팅 주가는 0.60달러대에서 20.14달러로 3000% 가까이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