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차기 총리로 확정된 다카이치 사나에를 앞세워 원전을 국가 에너지전략의 중심에 두려는 가운데, 한국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대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원전 확대·에너지 자급 노선

한·일 에너지정책 방향 비교표
최근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는 원전을 '에너지 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첨단 원자력 기술 개발과 원전 재가동을 적극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는 차세대 원자로와 핵융합 연구를 앞세워 일본을 100% 에너지 자급 국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규제와 지방정부 동의라는 높은 허들을 넘어서며 원전 재가동을 이어왔다. 현재 33기 상업용 원전 중 14기가 재가동에 성공했으며, 간사이전력·도쿄전력 등 원전 사업자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에서도 '원전 르네상스' 기대감이 감지된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축소 움직임이 뚜렷하다. 다카이치는 “외국산 태양광 패널로 국토를 뒤덮는 것에 반대한다"며 기존 보조금 제도 개혁을 공언했다. 일본 언론들도 태양광 중심의 보급 확대보다 국산 기술 중심의 차세대 에너지 개발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국, 기후·재생에너지 정책 집중
반면 한국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다. 새 부처는 에너지, 환경, 기후 정책을 한데 묶어 탄소중립·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탈원전 기조와는 결이 다르지만, 윤석열 정부 이후 원전 확대 흐름이 주춤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충에 더 무게가 실린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도 소관 부처가 산업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됐다. 이로써 전력정책은 기후·환경 맥락 속에서 논의되는 구조로 바뀌었으며, 국회 상임위 역시 산업위와 환경노동위의 이중 감사를 받게 돼 제도 운영의 복잡성이 커졌다.
일본 관가와 언론계에서는 한국의 이런 행보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도쿄의 한 경제 전문 언론인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감축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굳이 에너지 진흥 기능을 환경 부처와 합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은 원전을 비롯한 발전설비는 한국의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경제산업성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일본은 과거 대형 원전 사고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적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엇갈린 한-일 에너지 정책의 함의
한국은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흐름과 보조를 맞추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고, 일본은 에너지 자급과 안보를 앞세워 원전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같은 동북아 에너지 안보 지형 속에서 정반대의 정책 방향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프로젝트, 북극항로 등 한·일 에너지자원과 안보 협력 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한국은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춰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고, 일본은 원전 재가동과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서로의 길을 어떻게 평가하고, 국제 협력 무대에서 접점을 찾을지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작성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