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원전(사진=AFP/연합)
뉴스케일 파워를 비롯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주들이 최근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면서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SMR이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며 기후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해법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과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뉴스케일 파워 주가는 전장 대비 9.51% 급락한 34.7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이 주목받으며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뉴스케일 파워 주가는 지난 15일 53.43달러까지 급등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주가가 11% 가까이 빠지더니 이날까지 35%가 넘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연 수익률은 93.64%로 최고점 때(198%)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다른 SMR 관련주들도 뉴스케일 파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로부터 투자를 확보한 미국 SMR 기업 오클로 주가도 지난 14일 최고점에서 이날까지 31% 가량 급락했고 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와 원전 협력 파트너십을 맺은 페르미 아메리카 주가는 지난 1일 나스닥 상장 이후 약 40% 폭락했다.
이밖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지난 10일 상장한 SMR 기업 테라 이노바텀 글로벌, 나노 뉴클리어 에너지 등도 이달 고점에서 각각 54.60%, 31.40% 급락했다.
SMR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모제스 수턴 애널리스트는 지난 21일 투자노트를 내고 뉴스케일 파워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으로, 목표주가를 41달러에서 25달러로 낮췄다.
씨티 리서치도 지난 20일 투자노트에서 뉴스케일 파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각각 '중립→매도', '46달러→37.50달러'로 제시했다.

▲올해 뉴스케일 파워 주가 추이(사진=구글)
◇ 이익 못내지만 수요 기대감에 주가 급등…“2029년께 거품 터진다"
이렇듯 뉴스케일 파워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빠르게 확산한 배경엔 'SMR 거품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턴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실질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뉴스케일 등은 펀더멘털과 완전히 괴리됐다"며 SMR 관련주들에 대한 열풍이 밈 주식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테크 기업들이 전력을 사들일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SMR 기업들의 가치가 450억달러(약 64조 5500억원) 이상 부풀려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뉴스케일 파워가 2030년까지 흑자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SMR에 대한 거품이 2029년께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2030~2035년 사이 세계적인 SMR의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설 지연과 높은 비용 등 현실의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매체는 특히 “SMR은 규모가 1MW에서 300MW까지 다양해 설계 표준화가 어렵고, 역(逆)규모의 경제를 보인다"며 “발전단가는 우수한 대형 원전 대비 최소 30% 이상 비쌀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SMR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원전 발전용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도입 시기는 203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원전 증설이 느린 속도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R는 비용을 줄이고 설치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널리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수십 개 기업이 SMR 설계를 개발하는 단계며 미국에서 완성된 SMR은 아직 한 기도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설명하는 소형모듈원자로(사진=한수원)
◇ SMR 상용화 늦어진다…中·러 공사기간 최대 13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발표한 연례 '2025 에너지 보고서'에서 “SMR은 일종의 로또 같은 존재이며, 이 같은 인식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일부 서방권 SMR 프로젝트는 완공될 때까지 메가와트시(MW)당 15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 사이의 비용이 들 수 있다"며 “웨스팅하우스, 뉴스케일, 엑스에너지는 36~48개월 이내 SMR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낙관론이 지나쳤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러시아에서 2기, 중국에서 1기의 SMR이 현재 운영 중이고 아르헨티나에선 1기가 건설 중이지만 중국 SMR의 비용 초과율은 300%에 달했고 러시아는 400%, 아르헨티나는 700%다"며 “건설 기간 또한 3~4년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완공까지 12~13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뉴스케일 파워가 미국의 최초 SMR 프로젝트인 CFPP(카본프리 프로젝트)를 2023년 11월에 철회한 이유도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또 올해 4월 캐나다 당국으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은 GE Vernova Hitachi Nuclear Energy(GVH)의 300메가와트(MW) 급 SMR 프로젝트인 'BWRX-300'에 대해 “미국 유틸리티 업체들은 최종 가격표를 보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며 “비용이 키로와트(kW)당 20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원전이 다른 발전원과 경쟁하기 위해선 비용이 kW당 2000달러를 밑돌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GVH는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유럽·동남아·중동 지역의 SMR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이다.
씨티 리서치가 뉴스케일 파워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씨티 리서치는 “하향된 목표주가는 2040년까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SMR의 조정을 반영한다"며 뉴스케일 파워가 설치할 발전용량 전망치를 기존 20기가와트(GW)에서 16GW로 낮췄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세계적 환경과학자이자 SMR기업 테라파워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로 알려진 바츨라프 스밀은 SMR의 영향력에 대해 “예산과 일정 안에서 완공되고 발전용량이 의미가 있는 수준으로 누적됐을 때 연락을 다시 달라"며 “아마도 10년, 혹은 20년 동안 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