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재벌회장이 왜 방송에?…민주 서울시장 후보 ‘박용만’ 급부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26 09:40

내부, 차출, 영입 등 3갈래 논란 속 고민 깊어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중도·실용·친시장 이미지로 급부상

강남·엘리트들에게 거부감없고 봉사활동·소신으로 서민에게도 이미지 좋아

지난 22일 MBC ‘질문들’에 전격 출연하는 등 갑작스레 대중 접촉면 늘려

네이버 CEO·여성 강점 갖춘 한성숙 중소기업부 장관도 물망

발언하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비사업 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 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만으로는 현직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업인·원외 인사 차출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최대 과제는 서울시장 후보 선정이다. 이번 선거는 불가피하게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1년을 평가하는 '중간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이미 선언했거나 검토 중인 인사는 10명 안팎이다. 박주민(은평갑)·서영교(중랑갑) 의원이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전현희(중·성동갑) 최고위원, 박홍근(중랑을), 김영배(성북갑) 의원 등도 도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은 추석 이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의 경쟁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 득표율(47.13%)은 김문수 후보(41.55%)와 이준석 후보(9.94%)를 합친 것에도 못 미쳤다. 또 조국혁신당이 후보를 낼 경우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차출해야 한다는 이른바 '중량급 카드' 출마론이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리인 격 인사를 투입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공직에 임명된지 오래된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 현격한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지방선거판에 이 대통령의 몫을 지나치게 키웠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날 수 있고 혹시라도 패배할 경우 후유증이 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사진=MBC 유튜브 채널]

민주당 안팎에서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이미지를 가진 검증된 기업인 출신을 후보로 세우자는 '기업인 영입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외부인사는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70)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내며 보여준 소탈하고 열린 이미지 덕분에 그는 “재벌 같지 않은 재벌"로 불려왔다. 역대 정부에서 국무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고, 윤석열 정부 초기와 지난 6·3 대선 직후에도 하마평에 올랐다. 민주당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그를 서울시장 전략공천 대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등 중앙대·두산 인맥이 현 정부에 포진하기도 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이 지난 22일 MBC 손석희 앵커의 '질문들'에 출연하는 등 갑작스레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두산그룹 현안이나 경영과는 무관한 방송 출연이었지만, 시점상 그의 거취와 관련한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박 전 회장은 과거 여러 차례 “정치에 뜻이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장관은 국내 1세대 IT 전문가이자 네이버 첫 여성 대표 출신이다. 아직 서울시장을 포함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성이 선출된 사례가 없는 만큼 '상징성'도 크다는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무소속으로 나섰던 박원순 전 시장 당선 사례처럼, 자당 인적 자원만으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서울은 중도 성향의 인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경제 등 민생 현안을 고려할 때, 과거 기업인 출신으로 성공한 '이명박 모델'을 다시 찾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은 단순히 당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지역"이라며 “정치권 외부의 참신한 인물이 나서야 중도층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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