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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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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인사이드]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오너일가 극적 화해 가능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28 20:29

윤여원 대표, 콜마홀딩스 사내이사 전격 자진사퇴
윤상현 부회장, 부친·여동생 공격 자제 “대화 노력”
윤동한 회장 결단 남아…장기화시 그룹 이미지 타격

콜마그룹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윤여원 콜마BNH 대표(왼쪽부터). 사진=콜마그룹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 지주사 임시주주총회, 주식반환청구소송 등 굵직한 변수가 남아있지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분쟁 상대방인 부친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 및 여동생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와 극한 대립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오너 가족간 극적 화해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빠 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여동생 윤 대표는 29일 예정된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진출하려 했다가 최근 이사 후보직을 전격 자진사퇴했다.


이날 콜마홀딩스 임시주총에는 윤 대표와 부친 윤 회장 등 10명의 윤 대표측 인사를 대거 사내·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지난달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진출한데 대한 '맞불 작전'으로, 윤 대표측이 콜마홀딩스 이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상정한 안건이다.


그러나 윤 대표가 이사후보 6명과 함께 자진사퇴함으로써 이날 안건은 윤 회장 등 3명의 이사후보 선임 안건만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윤 대표의 이사후보 자진사퇴를 두고 콜마홀딩스 지분구도상 어차피 승산이 없어 '전략적 후퇴'를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고, 다른 일각에서는 윤 회장의 이사선임 안건은 그대로 둔 채 윤 대표만 사퇴해 부친과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 부친·여동생 '파상 공세'에 '대응 자제'


이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장남 윤 부회장의 대응이다.


반년간 이어온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 윤 부회장이 여동생 윤 대표의 경영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며 콜마비앤에이치 경영진을 교체하려는데 윤 대표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부친 윤 회장은 딸 편에 서서 장남 윤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 2019년 증여했던 콜마홀딩스 주식을 돌려달라는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윤 회장과 윤 대표 부녀는 2019년 주식 증여 당시 화장품(한국콜마)과 의약품(HK이노엔)은 아들 윤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콜마비앤에이치)은 딸 윤 대표가 각각 맡기로 했던 합의를 윤 부회장이 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지만, 주력사인 한국콜마(대표이사 최현규)와 HK이노엔(대표이사 곽달원)에서는 모두 대표직을 맡지 않은 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보여준 윤 부회장의 대응도 윤 대표측과 대조적이다.


윤 대표측은 윤 부회장이 요구한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을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을 비롯해 윤 부회장측 인사인 이승화 이사 후보에 대한 자질 공격, 콜마비앤에이치 주주에게 화장품 선물 제공 등 파상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윤 대표측의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등 언론대응이나 법적대응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 부회장은 지난달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에서 승리하고도 최근 이사회에서 윤상현·윤여원·이승화 3인 각자대표체제를 구축, 윤 대표의 대표직을 유지시켰다.


비록 윤 부회장 자신도 콜마비앤에이치 각자대표로 합류했고 윤 대표의 역할을 대외 사회공헌활동으로 국한시켜 사실상 여동생을 경영권에서 배제했지만, 자신은 내년 3월까지만 각자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라 약속함으로써 이승화 신임 각자대표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는 한국콜마, HK이노엔과 같이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윤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욕심에 여동생을 내치려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직 완고한 부친…아들 '유화' 태도에 대응 주목


일각에서는 윤 부회장이 어차피 그룹 내에서 지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대응을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윤 부회장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 행사장에서 윤 부회장은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윤 회장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간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부친 윤 회장이 아들의 '절제된' 모습에 어떻게 화답할지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 23일 열린 주식반환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 법정에서 윤 회장측 대리인은 기존 윤 회장의 입장과 같이 윤 부회장이 주식 증여의 전제 조건인 '승계 계획 실행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윤 회장은 다음달 자신이 가지고 있던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전부(69만2418주)를 딸 윤 대표에게 증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구조(콜마홀딩스 약 44%, 윤여원 대표 약 8%)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여전히 윤 회장이 딸 편에 서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게 된다.


문제는 윤 회장이 제기한 주식반환 청구소송이 장기화될 경우다. 이 소송은 중간에 화해 또는 소 취하가 없다면 1~2년 혹은 그 이상 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송 최종 결과에 따라 경영구도가 재편될 수 있어 콜마그룹은 장기간 경영 불확실성에 놓이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지난해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오너 가족간 화해로 갈등이 봉합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았지만, 꼬박 1년간 그룹 내 직원들의 내홍과 대외적 이미지 실추를 겪었다.


업계는 윤 회장이 여전히 딸 편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창업주로서 가족 화합과 그룹 안정에 중심 인물인 만큼 극적 화해를 위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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