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년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열리는 에너지 분야의 국정감사에서 매번 언급되지만 도무지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다. 연료비 연동제란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에 쓰이는 연료비가 크게 오르면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5년 전인 지난 2020년 국감에서 당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음해 1월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발동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2022년 12월 전력도매가격(SMP)이 월평균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67.6원까지 치솟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뒤늦게 인상된 것이 kWh당 179.2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SMP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2021~2024년 동안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는 약 43조원에 달했고, 부채는 200조원까지 불어났다. SMP가 지난달 기준 kWh당 112.9원까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연료비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순한 제도 미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눈치보기' 탓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언제나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물가 상승기에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정부가 연료비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했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요금 동결이 반복됐다.
연료비 연동제가 설계상 독립적인 제도라 하더라도, 실제 발동 여부는 정부와 전기위원회의 정치적 눈치에 달려 있었다. 결국 한전이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지난 2022년 국감에서 당시 정승일 한전 사장이 “요금인상 지연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고 했고, 2023년에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 사장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강조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올 국감에서 “러-우 전쟁 당시 에너지 수급 과정의 어려움이 국민 전기요금으로 곧바로 전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스폰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장관은 “부채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전기요금 인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김 사장은 전기요금이 그동안 시장 논리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대기업이 한전 대신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전력을 사는 전력직접구매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전력직접구매제는 전력 소비자가 한전이라는 단일 구매 창구를 통하지 않고 발전사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시장 경쟁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제도다. 지금처럼 요금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한전은 희생양이 되고, 기업은 합리적 선택의 기회를 잃을 판이다.
반대로 연료비가 낮아지면 전기요금도 내려가면 될 일이다.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이 오르고, 내리면 요금도 내려가는 상식적인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연료비 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으니, 정작 연료비가 낮아진 지금은 전기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는 기후부가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고려로 제도 본래의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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