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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출신? 외부 인사?”...기업은행, 차기 행장 1순위는 ‘이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05 06:02

김성태 행장, 내년 1월 임기 만료
연임보단 ‘교체’ 무게

‘상장사·공공기관·시중은행과 경쟁’
정부·주주·시장 통제 ‘삼중고’

“조직 이해도·전문성 1순위”
“‘낙하산 NO’ 대선 전 약속 지켜야”

IBK기업은행 전경.

▲IBK기업은행 전경.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기업은행이 차기 행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대 기업은행장 중 연임한 사례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김성태 행장의 연임보다는 차기 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내부, 외부 출신을 떠나 기업은행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탁월한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상장회사이자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경쟁하면서도 공적인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내부 출신 발탁, 기업은행 인선에 '시그널'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2일 임기가 만료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별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는 구조다. 그만큼 정부의 의중이 중요하다.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연임한 사례는 정우찬 전 행장, 강권석 전 행장 등 두 차례에 불과해 현 기업은행장 역시 연임보다는 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이 중 강권석 전 행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기업은행을 이끈 인물로, 이후 약 20년간 기업은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없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 9월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박상진 회장은 산업은행 역대 최초 내부 출신 행장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학교 법학과 동문이라는 점이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에 역대 최초 내부 출신 CEO가 발탁된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정부가 국책은행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중시한 결과로 읽힌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박 회장의 경영 능력에 따라 낙하산, 보은 인사 고리도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정부가 향후 산업은행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역할과 기관의 발전에 더욱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발탁은) 이 대통령 동문이라는 배경과 별개로 (산업은행에서 약 30년간 재직한) 정책금융 전문가라는 사실도 인사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며 “그간 노조가 낙하산 출신 회장들과 첨예하게 대립한 점도 고려되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반대로 기업은행은 꼭 내부 출신 행장만 선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산업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이 은행장으로 오른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실망과 기대감도 공존했기 때문이다. 실제 23대 기업은행장인 조준희 전 행장(2010년 12월~2013년 12월)과 권선주 전 행장(24대), 김도진(25대), 김성태 현 행장(27대)이 모두 내부 출신이었다. 최근 10여 년간 외부 출신 행장은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이 유일했다.



공공기관이자 상장사…기업은행만의 '이중 과제'

이에 기업은행은 '내부', '외부'를 막론하고, 조직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인물이 차기 행장에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상장된 공공기관으로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시장, 주주로부터 통제를 받는다.


여기에 국책은행으로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시중은행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특수성도 있다. 기업은행은 예산과 인력은 공공기관으로서 통제받지만, 총 인건비제가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탓에 시중은행 대비 30%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즉, 차기 행장은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차대한 책무 중 하나다. 해당 과제들은 기업은행의 독립성과 전문성, 정책금융의 방향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대선 직전인 올해 5월 8일, 이재명 대선 캠프의 최종 책임자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은행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한 바 있다. 당시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상장사이자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의 이중적 지위로 예산·인력 자율성이 과도하게 통제받고 있음을 공감한다"며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자질 부족 낙하산 행장을 근절하고, 투명하게 임명한다"라고도 했다.


차기 행장의 윤곽은 12월경에나 드러날 전망이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지금 기업은행은 출신을 떠나 조직을 잘 이해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이중 통제 등 불합리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행장이 절실하다"며 “함량이 미달된 낙하산 인사나 보은 인사 근절은 (노조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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