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토지주들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재개발 반대 방침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대법원의 세운4구역 초고층 건립 허용 취지 판결을 등에 업고 50층 건물 공사를 강행하려 하자 정부가 경관 훼손·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토지주들까지 나서 소송을 예고하면서 도시 개발 과정에서 공익과 사익의 분기점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시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운4구역 세운상가 자리를 허물고 공원과 50층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해 “세운상가를 허물고 녹지를 조성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종묘"라며 “(정부의 반대에 대해)일국의 장관이 '해괴망측하다'는 표현을 쓰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설명회에서도 “세계유산 지정의 핵심은 건축물이 아니라 종묘 제례의식이라는 문화적 가치에 있다"며 “유네스코도 담장으로부터 100m 밖 건물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토지주들도 나섰다. 세운4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는 같은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까지 거친 사안을 정부가 입법으로 다시 막는 건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과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앞서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의 건축물 높이계획을 변경·고시했다. 이에 따라 최고 높이는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각각 98.7m, 141.9m로 완화됐다. 이어 지난 6일 대법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를 상대로 낸 '서울시 문화재보호조례 일부개정안 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종묘 인근 고층 개발을 막아온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대법원은 “보존지역 밖 개발은 지자체 재량에 속한다"며 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조망권과 주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법령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 입법 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1995년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종묘는 완충지대(100m)로 둘러싸여 있으나 그 밖에서도 유적 시야를 해칠 수 있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가 담겨 있다. 이는 “100m 밖 건물에는 문제가 없다"는 시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시의 손을 완전히 들어준 것이 아니라 법률상 조례개정 권한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 뿐이라면서 실제 50층 건물 건축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즉 대법원은 현행 조례상 세운4구역 개발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지, 초고층 건립 자체를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학자인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원은 법률상 허용 가능성만 판단한 것이고, 행정부는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사법 판단이 났다고 해서 곧바로 초고층 건립이 가능한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묘는 남대문에 비견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국가유산으로, 단순한 재산권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며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과 토지주 재산권 간의 형량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소급입법으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막는 것은 헌법상 불가능하지만, 중대한 공익이 인정될 경우 제한입법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다"면서 “결국 법리보다 현실적 타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희범 에이치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현재로서는 헌법재판소가 직접 개입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가 법을 개정해 개발을 막을 경우 그 법은 위헌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운4구역은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공익과 재산권이라는 사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라며 “공익 명분이 있다고 해도 재산권을 무한정 제한할 수는 없다. 개발은 허용하되 훼손을 최소화하는 조화적 접근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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