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80 여객기. 사진=에어버스 제공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A380 기종의 '날개 중앙 스파(Wing Middle Spars)'에서 균열이 발견됨에 따라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긴급 지침을 발표했다. 이는 특정 기체가 아닌 A380 계열의 모든 여객기에 적용되고, 수리 후에도 3년마다 영구적인 반복 검사를 요구하는 '종료 조치 없음' 조항을 포함해 파장이 예상된다. 2010년대 초 '리브 핏(Rib-feet)' 균열 사태 이래 15년 가까이 이어진 '만성 질환'인 날개 문제가 다시금 A380 기단의 조기 퇴출 논의를 앞당길지 주목된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지난 5일(현지시간) A380 기종의 날개 구조적 결함에 대한 제안 감항성 지침(Proposed Airworthiness Directive)인 'PAD 25-170'를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여러 대의 A380 항공기에서 '날개 중앙 스파(Wing Middle Spars)'의 균열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스파(Spar)'는 날개를 동체부터 날개 끝까지 가로지르는 '대들보'나 '척추'와 같은 핵심 뼈대 부품으로, 비행 중 날개가 받는 하중의 대부분을 견뎌낸다.
EASA는 이 핵심 부품의 균열이 “감지되고 수정되지 않으면 날개의 구조적 무결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지침이 항공사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종료 조치(Terminating Action)'을 명시한 ⑶항 때문이다.
EASA 측은 균열을 수리하더라도 “반복 검사에 대한 종료 조치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는 A380 운용사들이 36개월(3년)마다 기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영구적으로 이 부위를 검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12개월 이상 장기 보관된 항공기는 상업 운항 복귀 전 즉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팬데믹 기간 지상에 묶여있던 기체들이 1차 표적이 됐다.
2012년부터 2025년까지…끊이지 않는 날개 결함 잔혹사
A380 기종의 날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5년 가까이 이어진 '만성 질환'의 역사는 20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1차 파동은 2010년 호주 콴타스항공 QF32편 엔진 폭발 사고 수리 중 날개 내부에서 균열이 처음 발견되며 시작됐다. 문제는 '리브 핏(rib-feet)'이라는 부품이었다. '리브(Rib)'가 날개의 단면 모양(익형)을 잡아주는 '갈빗대'라면 '리브 핏'은 이 갈빗대를 날개 외피와 스파(대들보)에 고정하는 L자형 브래킷이다. 당시 에어버스는 부적절한 알루미늄 합금 사용 등을 시인하며 대규모 수리 및 보상 비용을 지출했다.
2차 파동이 일었던 2019년에는 날개의 '외부 후방 스파(ORS, Outer Rear Spar)'에서 새로운 유형의 균열이 보고돼 EASA가 초기 기체들에 대한 검사를 지시했다.
2023년부터 2024년 사이엔 3차 파동이 일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걷힌 후 각 항공사들은 장기 보관 후 복귀한 기체들을 현업에 복귀시켰다. 그러나 크고 작은 정비 문제가 생겼고, 특히 에미레이트 항공 기재에서는 가속화된 날개 스파 균열이 발견됐다. 원인은 비행 피로가 아닌 '수소 환경 보조 균열(HEAC, Hydrogen Environment Assisted Cracking)'로, 습도 등 특정 환경에서의 장기 보관이 금속을 취약하게 만든 것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날개 앞전의 '슬랫(Slat)'에서 '박리(delamination)' 현상까지 보고된 바 있다. '슬랫'은 이착륙 시 양력을 높이기 위해 날개 앞쪽으로 펼쳐지는 패널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 날개의 '중앙 스파' 문제까지 더해진 것이다.
에미레이트 116대 직격탄…10개 운용사 MRO '비상'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지난 5일(현지시간) A380 기종의 날개 구조적 결함에 대해 발표한 제안 감항성 지침(Proposed Airworthiness Directive) 'PAD 25-170'. 자료=유럽항공안전청(EASA) 제공
PAD 25-170은 △A380-841 △A380-842 △A380-861 기종의 모든 제조 일련 번호(all manufacturer serial numbers)에 적용된다. 올 8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총 186대의 A380이 운항 중이며 36대가 그라운딩 상태인 가운데, 현재 A380을 운용하는 전 세계 10개 항공사 모두가 영향권에 있다.
'영구적 반복 검사' 조항은 항공사의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역량과 기단 운용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116대 전체가 3년마다 새로운 중정비 대상이 됐다. 이미 2023년부터 HEAC 문제 수리와 대규모 객실 개조 프로그램으로 두바이 MRO 시설이 완전 가동 상태라고 밝힌 바 있어 정비 병목 현상과 스케줄 추가 차질이 예상된다.
영국항공(브리티시 에어웨이즈)과 싱가포르 항공처럼 12대의 비교적 적은 기단을 운용하는 항공사들도 문제다. 이들은 시간당 운항 허용 횟수인 슬롯이 꽉 찬 런던 히드로(LHR)·싱가포르 창이(SIN) 공항에서 A380의 대량 수송 능력에 의존한다. 기단 중 단 몇 대라도 장기 검사로 운항에서 이탈하면 대체기 투입이 어려워 노선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국내 항공사 “중정비 시 점검…당장 운항엔 문제 없어"
당초 전세계 항공 시장에서 A380 여객기는 조기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 폭증과 신형기 인도 지연에 힘입어 운항이 재개됐고 재차 대형기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슬랫 박리'와 '중앙 스파 균열'이라는 구조적 결함이 보고되면서 이 부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의 A380의 퇴역 시기를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항공기 공급망 문제가 심각한 탓에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EASA의 입장과 관련해 별 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비를 담당하는 현업에 확인해본 결과 특정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기종에 대해 점검 지시를 내리는데, EASA가 최근 발행한 건 감항성 개선 지시(AD)에 관한 문서를 발행할 것이라는 예고문과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EASA가 언급한 문제는 곧바로 정비가 가능한 게 아니라 중정비 시행 시 할 수 있는 것이어서 해당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들은 중정비 시행 시 지적 사항을 점검하고 이행하면 되는 것"이라며 “당장 운항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의 언급처럼 EASA는 해당 문서를 통해 오는 12월 3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제안(Proposed)' 절차를 밟고있다. 에어버스가 이 중앙 스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영구적인 '종료 조치'를 개발해내지 못할 경우 A380의 퇴역 시계는 항공사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시금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속의 피로 한계(metal fatigue)와 끝없이 상승하는 MRO 비용에 의해 예상보다 빨리 막을 내릴 수 있어 에어버스 측의 입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EASA와 FAA가 발행하는 감항성 지시서는 정상적인 규제 절차의 일환으로, 항공기 안전과 규정 준수를 보장하는 일상적인 과정"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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