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락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 휴먼 팩터팀장(B777 기장)이 2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가 주최한 '한국 민간 항공의 공정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서 사내 공정 문화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현대 항공 안전 관리 시스템(SMS)이라는 비행기를 날게 하는 연료는 바로 '자율 보고'입니다. 그리고 그 연료를 공급하는 주유 장치가 바로 '공정 문화(Just Culture)'입니다."
21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가 주최한 '한국 민간 항공의 공정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희락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 휴먼 팩터(HF)팀장(B777 기장)은 자율 보고 활성화를 위한 공정 문화의 중요성을 이와 같이 강조했다.
이날 '대한항공의 공정 문화(KE Just Culture)'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 팀장은 과거의 처벌 위주 문화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전적 안전 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사고 줄어들어 데이터 부족... '수면 아래' 위험 찾아야"
한 팀장은 항공 안전 관리의 역사가 1950년대 '기술적 시대'와 1970년대 '인적 요인 시대', 1990년대 '조직적 시대'를 거쳐 현재는 '통합 시스템 시대'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항공 산업이 작업자의 수행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인간이야말로 안전과 효율성,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주체라고 설파했다.
이는 과거 인간을 시스템의 불안전 요소로 보고 통제하려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유연한 대처 능력을 안전의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사고 조사를 통해 안전 정보를 얻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사고율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이제는 사고 데이터만으로는 안전 관리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인리히의 법칙을 언급하며 “실제 사고나 준사고 등 겉으로 드러나는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인 3%에 불과하다"며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는 97%의 잠재적 위험(Near Miss)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현장 종사자들의 자발적인 보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사무직과 현장직의 업무 환경 차이를 언급하며 공정 문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사무실에서는 실수를 수정할 기회가 많지만, 조종사나 정비사는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결과가 즉각적인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인간의 실수를 용인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사내 공정 문화 구축을 위한 설명 자료. 자료=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 제공
대한항공, '비처벌' 넘어 '학습'으로…아시아나항공과 통합 가이드 라인 준비
대한항공은 2023년부터 운항·정비·객실·통제·여객·화물 등 6개 부문에서 '공정문화위원회(JCC, Just Culture Community)'를 운영해오고 있다. 또 공정 문화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정책 선도(Lead)·글로벌 기준 부합(Align)·신뢰 구축(Trust)·조직 학습(Learn) 등 4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미래 항공 안전 정책을 선도하고, 국제적 추세에 발맞춘 제도를 만들겠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또한 투명한 위원회를 운영해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 자율 보고를 활성화하고, 공정한 후속 조치를 통해 조직 전체가 배우는 문화를 조성한다는 게 사측의 방침이다.
한 팀장은 “도입 초기에는 각 본부별로 매뉴얼을 따로 만들다 보니 부문 간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는 '실질적 표류(Practical Drift)'가 있었다"며 “이 간극을 방치하면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운영상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 문화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대한항공이 제시한 정책 선도(Lead)·글로벌 기준 부합(Align)·신뢰 구축(Trust)·조직 학습(Learn) 등 4가지 핵심 키워드. 지료=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 제공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작년 전 부문 실행 단계를 거쳐 올해 안으로 가이드 라인 표준화를 마치고 내년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공정 문화 가이드 라인(KE/OZ JCC Guides Integration)을 완성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공정 문화의 방점은 '처벌'이 아닌 '학습'에 찍혀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공정 문화가 실제 징계 절차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4단계 프로세스'도 공개됐다.
대한항공의 프레임워크는 조사 승인(Approve Investigation)→행위 분류(Classify Behavior)→지속적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책임 결정(Determine Accountability)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특히 2단계 '행위 분류'에서는 '대체 테스트(Substitution test)' 등을 활용해 고의성 여부를 엄격히 판별한다.
한 팀장은 “고의적 위반이나 무모한 행위는 명백히 처벌하되, 의도치 않은 실수에 대해서는 징계가 아닌 훈련과 코칭을 통해 조직 전체가 배우는 기회로 삼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본부 징계 비율 높은데 운항본부는 훈련…부문 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노력"
이날 발표에서는 부문별 징계 양형 기준의 불균형 문제도 거론됐다.
한 팀장은 “운항 승무원의 경우 실수가 발생하면 '인적 오류(Human Error)'로 분류돼 훈련으로 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비 부문은 의사 결정 흐름도상 구조적으로 징계가 수반되는 '무모한 행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형평성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명백한 실수를 '인적 오류'로 포장해서도 안 되지만 구조적으로 징계만 양산하는 시스템도 문제"라며 “전사적으로 통일된 의사 결정 흐름도를 만들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이벤트 조사 시 인적 요인 분석 기법(H-FACS) 도입 △행위 판단 기준의 일관성 확보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 결정 트리(Decision Making Tree) 정교화 등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부장이 공정문화위원장 맡으면 징계 불가피…위원회 독립성 키워야"
한 팀장은 공정 문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독립성과 심리적 안정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각 본부의 수장들이 공정문화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위계 질서가 강한 문화에서는 본부장의 영향력 때문에 공정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며 “위원장을 실무를 맡는 팀장급으로 낮춰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경영진에게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대한항공의 공정 문화는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며 “처벌의 두려움 없이 누구나 자신의 실수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조직의 안전 자산이 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경영진과 현장을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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