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중마동에 위치한 광양제철소의 제품 출하장에서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포항에 이어 전남 광양까지 철강산업 의존도가 높은 대표 지역들이 잇따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철강도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위기지역 2개 도시뿐 아니라 철강사들이 밀집해 있는 당진·인천마저 '철강 위기 도미노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 횡행, 국내경기 부진 등 복합위기에 따른 철강사의 실적 악화로 소재지 도시들의 지역경제도 덩달아 신음하고 있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충남 당진 등 철강산업 비중이 큰 지역들이 잇따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거나 지정을 준비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0일 전남 광양시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2년간 지정했다. 앞서 8월 28일 경북 포항이 먼저 지정된데 이은 조치다. 충남 당진도 충남도청을 중심으로 산업위기지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철강산업의 현저한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 신청 이유였다.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긴급경영안정자금,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 강화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고도화 대책·K스틸법 '탄력'에도 지자체들 '불안'
산업 지원을 요청한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철강산업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사 '빅3'를 기준으로 보면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세계 최대 규모로 제철소를 운영 중이다.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운영하는 곳은 인천과 당진, 포항, 순천 4곳이다. 동국제강은 인천과 포항에서 봉형강 제품을 만들고, 당진 공장을 통해 후판을 생산한다. 이밖에도 많은 철강사들이 포항과 광양, 당진, 인천 등에 몰려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집계한 국가산업단지 동향정보에 따르면, 광양산단과 포항산단의 지난 상반기 철강산업 생산액은 각각 9조925억원과 8조621억원으로 전(全) 제조업 생산 가운데 약 9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비중은 37억달러와 19억3000만달러로 97.3%, 93.6%다.
당진의 경우, 철강 수출 비중이 22%(1억4286달러)로 적지 않고, 생산량 비중도 2023년 기준 59.9%(국가데이터처 광업제조업조사) 차지하고 있다. 인천의 철강 수출은 19억1142만달러로 비중이 6.5%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 2.9% 줄었다.
이들 지역에 터를 잡은 철강사들은 매출 실적 하락세로 고민이 깊다. 영업이익은 원가 절감 노력 등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지만, 매출은 수요 증가로 판매가 늘어야 향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7조91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4% 감소한 11조5090억을 기록했다. 동국제강도 매출 1조6192억원을 나타내 13.3% 감소했다.
철강산업이 침체되면 지역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상반기 광양, 포항의 실업률은 3.4%와 3.3%로 전년 동기 대비 1.2%p, 0.4%p 높아졌다. 당진은 1.5%로 0.3%p 낮아졌다. 세 곳은 지역 제조업 고용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긴 시간이 필요한 산업 구조 개편을 해야 지역경제도 살 수 있는 만큼 이른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철강산업 고도화 대책과 연계해 철강산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 K스틸법이 법안 발의 3개월여만인 지난 21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되면서 오는 27일 예정된 본회의라는 문턱만 남겨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달 중 K-스틸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제정과 예산 배정, 철강산업 고도화 대책 연계 방안 등 구체적인 지원을 위해 논의할 내용이 아직 쌓여 있다"며 “내년 상반기가 돼야 지자체 차원에서도 본격적인 지원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시적 고통 견디고 '저탄소 전환'해야 철강도시 생존
업계는 중장기 접근에서 철근 같은 범용재 생산을 줄이고 친환경 공정으로 전환하는 산업 구조조정도 버텨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이달 초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통해 내수 부진과 공급 과잉 문제에 빠진 철근부터 생산량 감축을 추진하고, 친환경 공정과 특수탄소강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지원하기로 큰 틀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단기간에는 지역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고통을 감내해야 지역경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철강 산업 구조 전환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명예교수는 “철강산업 구조 전환은 단기적으로는 (범용재) 설비 감축 문제이지만, 길게 보면 기술 연구개발부터 실증, 인증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철강이 기반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철강산업 부진은 포스코 같은 철강사들 뿐만 아니라 가공업체, 인근 지역의 전방산업 기업들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양적 수급 측면보다 제품·공정의 구조적 전환을 해내야 철강에 의존하는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고용 이슈 걱정도 덜 수 있는 지역별 철강경기 복원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철강산업이 구조 전환을 해나갈 큰 그림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쓴소리도 제기됐다.
민 교수는 “지역 경제 지원책, 철강사 시설 전환까지 시행령 등으로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고, 철강사들이 전방에서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고객사들과 협력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도 “중견·중소 철강사로 갈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도입하는 방안은 고로를 전기로로 대체하는 것이지만, 내년부터 발전사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이 확대되면 철강사들이 더 큰 전기료 부담을 지게 되는 모순이 있다"고 짚었다.
손 대표는 “구조조정 이후 발생하는 유휴인력의 고용 문제를 산업 재배치와 재교육 같은 프로그램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전체 탄소중립 예산 중 산업전환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 수준으로 작다"며 “그러면 지자체 부담이 늘며 산업 전환 속도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처 간 정책 엇박자를 조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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