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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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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거인 깨어났다”…구글 ‘제미나이3’, 오픈AI·엔비디아가 장악한 AI판도 흔드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26 11:39


TECH-AI/ALPHABET

▲구글 제미나이 로고(사진=로이터/연합)

구글이 최근 출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가 '챗GPT'를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AI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구글은 특히 AI 학습을 위해 자체 개발한 칩을 사용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시장을 장악해온 엔비디아의 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미나이3의 등장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AI 거품론'을 일축시키면서 구글이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새로운 대항마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0.67% 상승한 2만3025.59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엔 2.69% 급등하면서 지난 5월 12일(4.35%)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구글이 지난 18일 공개한 제미나이3에 대한 업계의 호평이 잇따르자 최근 불거진 AI 거품론이 잠잠해진 모양새다.


'제미나이3 프로' 버전은 현존 가장 똑똑한 AI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AI 모델 평가사이트인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제미나이3 프로는 지난 21일 기준 1495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선보이는 '그록4.1 씽킹'과 '그록4.1'가 각각 1481점, 1462점으로 2·3위를 차지했고 '챗GPT5.1 하이'(1454점)는 4위에 그쳤다.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제니마이3가 “확실한 1티어(최상위) 대형언어모델(LLM)"라고 극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공동 창립자인 닐 샤는 “구글은 AI 경쟁에서 항상 다크호스에 불과했다"며 “잠자던 거인이 이제 완전히 깨어났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면서 검색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지켜냈다. 그러나 오픈AI의 챗GPT가 3년 전 등장하자 구글의 검색 엔진은 처음으로 실질적인 위협을 맞았다. 챗GPT가 출시된 이후 수많은 애널리스트들과 전문가들, 심지어 구글 엔지니어와 전 최고경영자(CEO)조차 구글이 AI 경쟁에서 한달 뒤처졌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구글이 짧은 기간 내 유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배경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모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 엔진, 크롬 브라우저, 유튜브,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등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이를 AI모델 훈련에 활용했다. 여기에 구글은 AI모델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 텐서처리장치(TPU)라고 불리는 AI 칩을 자체 제조하는 등 '풀스택'(전 단계 공정) 경쟁력을 확보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우리는 AI에 대해 완전하고 깊은 풀스택 접근을 해왔다"며 “이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레스터의 토마스 허슨 애널리스트는 “제미나이3 출시로 구글이 다시 경쟁에 복귀했다는 평가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GERMANY TECHNOLOGY AI

▲(사진=EPA/연합)

특히 구글이 제미나이3를 TPU만으로 개발했다는 점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메타가 2027년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는 그간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던 '큰손'이었다.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트로픽도 지난달 말 구글의 TPU 100만 개를 탑재한 클라우드 이용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구글 TPU의 확장 가능성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가 '매그니피센트7' 중 유일하게 하락한 종목이다. 장중엔 7%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장 막판에 낙폭을 2.59%까지 줄였으나 AI 산업이 오로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경계심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AMD 또한 이날 4% 넘게 밀렸다.


영국 자산운용사 퀼터 체비엇의 벤 바링어 기술 리서치 총괄은 “수많은 기업들이 맞춤형 칩을 개발하려다 실패했지만 구글은 이 분야에서 또 하나의 강점을 추가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구글이 AI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로 떠오를지 예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발주자인 챗GPT의 영향력이 아직까지는 막대하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 측은 6억5000만명이 제미니 앱을 사용한다고 지난 주 밝혔다. 오픈AI는 챗GPT 사용자가 8억명을 넘어섰다고 최근 발표했다.


리서치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제니나이 앱 다운로드 건수는 월 7300만회로, 챗GPT(9300만회)를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 메타·앤트로픽처럼 자금 지출 규모가 큰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구글 TPU는 시장에서 선택 폭이 넓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TPU는 또한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어 여러 환경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엔비디아 GPU보다 제약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AI 스타트업 더블워드의 메리엄 아릭 CEO는 “TPU를 쓰는 순간 구글 생태계에 묶인다"며 “반도체 산업은 단 한명의 승자가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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