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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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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 초미세먼지 오염 원인 다르다…맞춤형 대응 전략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8 10:12

거대도시 서울과 해안 항구도시 부산
초미세먼지 오염 메커니즘 서로 달라
서울을 자동차와 폐목재 소각이 문제
부산은 선박 배출과 해륙풍 순환 탓

절기상 대설…눈 대신 미세먼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사진=연합뉴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대한민국 두 거대도시인 서울과 부산이 겨울이면 초미세먼지(PM2.5) 오염으로 시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 두 도시는 지리적 특성과 배출원에 따라 오염의 특성과 발생 메커니즘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차량 통행 밀집 지역의 근거리 오염과 심야 폐목재 소각으로 인한 유기 에어로졸 독성이, 부산은 해륙풍 순환에 의한 오염원 재순환과 선박 배출의 영향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 차량 배출의 국지적 '핫스팟'


서울의 PM2.5 오염 특성은 차량 통행과 폐기물 소각 등 도심 활동에 깊이 연관돼 있고, 오염 물질의 양(농도)뿐만 아니라 질(독성)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미시간대 공중보건대학원 환경보건과학과 이상진 박사 등은 서울지역 차량의 오염 배출을 고해상도로 분석한 논문을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국제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도심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은 차량이 배출하는 PM2.5이지만, 일반적인 국가 배출량 목록(CAPSS)의 경우 공간적 해상도가 낮아 복잡한 도시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울의 대기질 및 기상 관측소 위치. (자료= 미국 미시건 대학 Environmental Pollution 2025 논문)

모델링

▲서울의 특정 지역에 대한 RLINE 공기 분산 모델링 결과. 도로를 중심으로 한 초미세먼지 공간분포. (자료= 미국 미시건 대학 Environmental Pollution 2025 논문)


이 박사 팀은 교통 특정 대기 분산 모델(모델 명칭 RLINE)을 이용해 서울의 차량 배출을 고해상도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1만2192개 도로 구간에서 평균적으로 연간 ㎞당 53.0±63.2 kg의 PM2.5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는 연간 ㎞당 최대 789kg까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주요 도로 근처에서 차량 배출은 대기 중 PM2.5 농도에 ㎥당 0.7~4.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까지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니터링된 평균 농도의 약 10%를 차지하는 수치이고, 도로변 관측 지점에서는 최대 70%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량 유형별로는 트럭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전체 차량 통행량의 9.5%만을 차지했음에도 높은 배출 계수로 인해 전체 차량 PM2.5 배출량의 48.2%를 차지했다.


배출량은 평일 아침(07:00–09:00)과 저녁(17:00–18:00) 러시아워에 절정에 달하는 일일 패턴을 보였다.


또, 고속도로(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 전체 배출량의 76.1%가 발생했다. 이는 속도가 낮고 냉간 시동 배출량(cold-start emissions)이 높은 탓으로 분석됐다. 냉간 시동 배출량은 엔진이 예열되기 전에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하며, 추운 계절에는 배출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야간 폐목재 소각으로 인한 에어로졸 독성 문제


국립목포대 환경공학과 배민석 교수 등은 최근 2020년과 2022년 서울 광화문광장의 초미세먼지 특성을 비교 분석한 연구 논문을 '아시아 대기환경 저널(Asian Journal of Atmospheric Environment)'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22년의 평균 PM2.5 농도는 2020년(20.66㎍/㎥) 대비 약 42% 감소한 12.04㎍/㎥로 측정돼 전반적인 입자 질량은 개선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단위 질량당 입자의 독성을 나타내는 산화 잠재력(DTTm)은 통계적으로 변화가 없어 입자의 본질적인 독성은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독성의 지속은 유기 에어로졸 성분의 증가와 연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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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간 가연성 폐목재 총량(2020~2022년) (자료=Asian Journal of Atmospheric Environment, 2025)


바이오매스(생물유기체) 연소의 강력한 추적자인 레보글루코산(LEVO) 농도는 약 37% 증가했는데, 이는 특히 야간 시간대에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2년 야간에 레보글루코산 대 일차 유기탄소(LEVO/POC) 비율에서 폐목재 연소와 같은 바이오매스 연소의 기여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연간 가연성 폐목재 발생량이 2022년에 27만톤 이상으로 급증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단순히 PM2.5 질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야간 바이오매스 소각과 같은 특정 배출원에 대한 개입(단속)이 도시의 건강 관련 에어로졸 독성을 낮추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미세먼지 나쁨

▲부산지역 미세먼지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일 오후 남구 황령산에서 바라본 남구와 동구의 하늘과 도심이 뿌옇게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부산: 해륙풍 재순환과 선박 배출의 복합적 영향


부산의 초미세먼지 오염은 해안 도시의 특성상 국지적인 기상 순환인 해륙풍에 의해 오염 물질이 재순환되면서 농도가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


해륙풍은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밤에는 육풍(land breeze)이 불고, 낮에는 해풍(sea breeze)이 부는 일일 순환 패턴을 보인다.


부산대 환경연구소 이순환 교수팀은 최근 해륙풍 순환이 부산지역 PM2.5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논문을 '환경오염'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부산 지역에서 2016~2024년 재순환 지수(Recirculation Index, RI)를 분석한 결과, 4월에 가장 높은 평균값(0.29)을 보였다. 이는 4월에 해륙풍 순환과 관련된 오염원 재순환 가능성이 가장 높음을 시사한다.


해륙풍

▲부산지역 해륙풍 순환과 선박 배출로 인해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해지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자료=부산대 Environmental Pollution 2025 논문)


RI는 공기 덩어리가 순환할 잠재력을 말하는데, 이 값이 높을 때 PM 2.5​를 포함한 오염 물질이 재순환돼 농도가 증폭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륙풍 순환에 의해 야간에 육상에서 해상으로 이동했던 오염 물질이 주간에는 해풍을 타고 다시 내륙으로 유입돼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2019년 4월의 고농도 사례(35㎍/㎥를 초과한 4월 7일과 21일)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부산의 고농도 오염이 주로 국지적인 순환에 의해 발생했다. 당시 서울의 농도가 상당히 낮았던 것(16과 24㎍/㎥))으로 보아 국외 장거리 수송보다는 국지적 요인이 우세함을 확인했다.


또, 대기 경계층 높이와 오염 지속성 고농도 사례일 중 4월 7일과 21일은 경계층 발달 정도에 따라 오염 물질의 거동이 달랐다. 4월 7일과 같이 경계층이 깊게 발달하면 수직 혼합이 강화돼 오염 물질이 상층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4월 21일처럼 경계층이 얕을 경우 오염 물질이 지표 부근에 갇히면서 고농도 상태가 장시간 지속됐다.


해륙풍 순환은 선박 배출 오염의 영향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이었다. 수치 모델링 결과, 선박 배출은 부산의 PM2.5에 평균 0.2%에서 최대 14%까지 기여했다.


특히 재순환 현상이 활발한 날에는 선박 배출의 영향이 더욱 커져, PM2.5 기여율이 비(非)재순환일에 비해 평균 1.4%포인트 증가했고, 선박에서 주로 배출되는 황산염(SO42−)의 기여율은 3.6%p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해풍이 해상에 머물던 오염 물질을 내륙으로 이동시키면서 선박 배출의 영향이 증대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도시별 맞춤형 오염 저감 전략의 필요성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은 서울과 부산이 초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구축해야 함을 보여준다.


부산의 경우, 해륙풍 재순환 잠재력이 높은 기간(특히 4월)에 항만 지역의 선박 배출을 집중적으로 규제하는 전략이 중요하게 나타났다.


반면 서울은 차량 통행이 밀집된 구간에 대한 고해상도 관리와 더불어, 야간 시간대에 발생하는 폐목재 소각 등 바이오매스 연소원을 통제해 시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어로졸 독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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