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5년 12월 10일, 우리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또다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사실상 마지막 임기 중 열린 이번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 '슈퍼 위크'의 정점이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3.75~4.00%에서 3.50~3.75%로 25bp(0.25%포인트) 인하되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금리인하가 아니었다. 3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내부분열 속에서, 연준이 조용히 꺼내든 '준비금 관리 매입(Reserve Management Purchases, RMP)'이라는 낯선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연준은 12월 12일부터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T-bills)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200억~3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양적 완화(QE)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변했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장기국채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사들여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던 것과는 달리, 단기 자금시장의 유동성을 충분한(ample)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일 뿐이라는 논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연준이 매월 4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민간에서 사들이면, 그만큼 민간의 무위험 자산(국채) 비중은 줄고 현금(지급준비금)은 늘어난다. 넘쳐나는 현금을 쥔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재조정 효과'이며, 사실상의 양적완화다. 실제로 FOMC 발표 직후 미국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시장이 이를 '유동성 파티의 재개'로 받아들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준의 이와 같은 '스텔스 돈 풀기'는 한국은행에 양날의 검이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한미 금리 역전폭의 축소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양국 간 금리차는 기존 1.50%포인트에서 1.25%포인트(미국 상단 3.75% - 한국 2.50%)로 줄어들었다. 1,400원대 중반에 고착화된 환율과 자본유출 압력에 시달리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연준이 공급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이 글로벌 자산시장을 타고 일부 국내증시로 유입된다면, 환율안정과 자산가격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현재 우리나라 유동성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5년 9월 기준 광의통화(M2)는 전년 대비 8.5%나 급증하며 사상 최대인 4,430조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선언하며 단기유동성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 이미 내부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외부발 유동성까지 더해질 경우, 물가불안과 부동산 재과열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2026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은 1.8%에 그친다. 성장률 역전은 통화가치 차별화로 이어진다. 미국경제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지속되는 한 연준이 돈을 풀어도 달러약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국 자산시장의 활황은 국내 투자자들의 '서학개미' 행렬을 가속화해,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금융계정을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적 환율상승 압력을 부추길 것이다.
결국 미연준의 돈풀기가 우리 경제에 '약'이 되게 하려면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수적이다. 첫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 연준이 내린다고 해서 섣불리 따라 내렸다간, 좁혀진 금리차가 다시 무색해지고 집값 불안만 키울 수 있다. 현재의 2.50%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며, RP 매입 등 미세 조정을 통해 필요한 곳에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핀셋 지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환율 방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26년 1월부터 도입되는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KRW FX Bonds)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를 구조적으로 유도하여, 단순히 달러를 팔아 환율을 막는 소극적 개입에서 벗어나 원화수요 자체를 늘리는 적극적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와 연계하여 원화자산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셋째,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가계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AI나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기업금융 지원은 확대해야 한다.
2025년의 끝자락, 파월의 임기내 마지막 실질적인 FOMC회의에서 연준은 다시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것이 우리 경제에 단비가 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과 투기라는 홍수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본다. 돈잔치라는 환상에 취하기보다, 그 뒤에 날아들 수 있는 청구서를 대비하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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