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을 바탕으로 ChatGPT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 산업의 투자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빅테크가 자체 현금흐름으로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늘렸다면, 최근에는 사모자본과 기관투자자가 데이터센터를 짓고 빅테크가 장기 임차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넘어 GPU, 전력, 냉각설비, 네트워크를 함께 필요로 하는 자본집약 산업으로 바뀌면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메타, 오라클의 자본지출은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3%에서 올해 2.1%로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지난해 GDP의 1.3%에서 올해 1.7%, 내년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올해도 AI 투자가 글로벌 성장을 견인할 주요 변수"라고 내다봤다.
메타는 빌려 쓰고, 사모펀드는 임대료 받는다
AI 데이터센터 금융의 대표 사례는 메타와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탈의 하이페리온 프로젝트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조달 규모는 270억~300억달러(40조~44조원)다. 하이페리온의 전력 수요는 5기가와트(GW)로 단일 데이터센터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메타는 지분 20%를 보유하고 개발·운영과 단독 임차인 역할을 맡는다. 블루아울은 지분 80%를 보유한다.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자본은 특수목적회사(SPV)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한다. 약 29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 채권을 사모 형태로 발행하고 일부는 핌코(PIMCO) 등 기관투자자가 매입한다.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블루아울 등 사모자본이 돈을 대 데이터센터를 짓고, 메타가 그 데이터센터를 장기간 빌려 쓰는 방식이다. 메타가 직접 데이터센터를 모두 소유하면 대규모 설비투자와 부채 부담이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반면 별도 특수목적법인(SPV)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면 메타는 장기 임차 계약을 통해 필요한 AI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빅테크 입장에서 투자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사모자본 입장에서는 메타라는 우량 임차인의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장기 임대수익을 내는 인프라 자산으로 취급되는 이유다.
다만 데이터센터를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메타의 부담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메타는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를 장기간 빌려 쓰기로 했고, 향후 데이터센터 가치가 일정 수준보다 낮아질 경우 일부를 보전해주는 약정도 제공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런 구조를 '그림자 부채' 사례로 봤다. 회계장부상 일반 부채로 잡히지 않더라도, 신용평가 관점에서는 사실상 빚과 비슷한 부담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라클 미시간 캠퍼스가 보여준 자금조달의 조건
오라클은 MS, 아마존, 알파벳, 메타와 달리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하단에 가깝다. AI 클라우드 수요 확대에 따라 실적 개선 기대가 있지만, 동시에 자본지출과 부채 증가 속도도 빠르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오라클에 대해 “대표적인 AI 인프라 레버리지 기업으로 시장의 투자심리와 AI 수익성 체크의 바로미터"라고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오라클은 최상위권 신용등급을 보유한 빅테크와 달리 신용등급 BBB/Negative로 투자등급 하단에 위치한다"며 “자본지출과 부채의 증가 속도도 빠른 만큼 크레딧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LS증권에 따르면, 오라클은 미시간주 세일린 타운십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약 160억달러(약 23조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부채 140억달러, 지분 20억달러 수준의 프로젝트 금융 구조다. 리레이티드 디지털이 특수목적회사 역할을 맡고 오라클이 장기 임차인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조 연구원은 “오라클의 미국 미시간주 소재 대규모 AI데이터센터 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핌코, 뱅크오브아메리카, 블랙스톤 등 주요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신용 시장 전반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지만, 담보가 존재하고 장기 수요가 기대되는 AI 인프라 영역에는 여전히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사모신용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기보다는 자금이 보다 선별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모대출 불안 속 AI 인프라로 자금 이동
AI 데이터센터 금융이 부상하는 시점에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서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사모대출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와 시장 위기를 기회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비상장 기업개발회사와 준유동성 펀드의 환매 증가로 태동 이후 처음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벤트의 일차적 원인을 크레딧 리스크보다 유동성 불일치"라고 말했다. 사모대출 자산의 만기는 5년 안팎으로 긴 반면, 일부 펀드는 분기 단위 환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불안은 AI와도 맞닿아 있다. 사모대출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비중이 높다. 삼성증권은 직접대출 투자기구인 기업개발회사의 소프트웨어 기업 익스포저가 20% 안팎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프트웨어 기업에 제공된 대출의 만기가 2027~2029년에 집중돼 있어 사모대출 업계가 올해 사모펀드 운용사와 함께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존 데이터센터와 다른 '거대 스마트 공장'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성격도 다르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여러 기업의 서버를 맡아 보관해주는 임대형 건물에 가까웠다면,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전용 공장에 가깝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여러 기업이 공간을 나눠 쓰는 구조였다. 서버를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결해주는 역할이 중심이었다. 서버 한 묶음이 쓰는 전력도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반면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학습시키고, AI 서비스가 질문에 답을 내놓는 과정을 처리하기 위해 지어진다. 이를 위해 고성능 반도체가 대량으로 들어가고, 서버 한 묶음이 쓰는 전력도 기존보다 크게 늘어난다.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는 만큼 열도 많이 발생해, 기존처럼 바람으로 식히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물이나 특수 액체를 활용하는 냉각 방식이 필요해지고 있다.
조수희 연구원은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여러 세입자가 나눠 쓰는 아파트형 자산이 아니라, 특정 기업과 특정 목적을 위해 지어지는 거대 스마트 공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급도 쉽게 늘어나기 어렵다. 부지와 건물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력망 연결, GPU 확보, 냉각설비, 네트워크 인프라가 동시에 필요하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지난해 62GW에서 2030년 134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망 연결 기간도 2000~2007년 평균 2년에서 2023~2024년 5년으로 길어졌다.
돈은 몰리지만 선별은 시작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해 AI 투자가 미국 성장률을 0.5%포인트, 글로벌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투자 수익성은 시나리오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LS증권은 GPU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해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회수기간 8년, 내부수익률(IRR) 10.0%로 투자 타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AI 수요 둔화, GPU 기술 노후화, 전력 단가 상승이 겹치는 위험 시나리오에서는 회수기간이 20년으로 늘고 IRR은 4.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조수희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구조적으로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타당성은 개별 프로젝트의 구조와 자산 특성에 따라 차별화할 수 있다"며 “사모신용 자금조달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장기 임차인인 하이퍼스케일러의 우량한 신용도가 선순위 채권의 안정성을 일부 커버하지만 중후순위 투자자는 AI 사이클의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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