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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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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가 아니라 주문(呪文)이 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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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후에너지부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세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두고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야심차다 못해 과감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목표는 정책이라기보다 선언에 가깝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었지만, 계통에 실질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설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인허가 단계와 계획 물량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2030년까지 추가로 수십 기가와트(GW)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과 같은 속도와 구조라면 매년 두 자릿수 GW의 신규 재생에너지를 계통에 무리 없이 연결해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목표다.


문제는 단순히 '설비 용량'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중이 심하고 출력 변동성이 크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은 전력 수요와 시간대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발전 설비는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과 계통 보강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전력망 포화로 인해 발전을 줄이거나 접속을 대기하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반복되는 주민 수용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태양광은 산지 훼손 논란, 풍력은 소음·경관·어업권 갈등이 뒤따른다. 행정 절차를 아무리 간소화해도 사회적 갈등까지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 조직 개편이나 부처 명칭 변경이 곧바로 현장의 합의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고민은 깊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계통 보강 비용과 출력 제한, 보조서비스 비용까지 감안하면 전체 전력 시스템 비용은 오히려 상승하는 구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은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는데,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라는 숫자가 제시된 배경은 분명하다. 국제사회에 대한 의지 표명, 탈석탄·에너지 전환 정책의 상징성, 그리고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히 강렬한 수치다. 하지만 목표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를 현실로 만드는 경로가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


에너지 전환은 장부상의 용량 경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설비를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그 전기가 언제나 필요한 순간에 쓰일 수 있느냐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100GW라는 구호를 넘어, 24시간 무탄소 전력(24/7 CFE)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는 기후정책의 이정표가 아니라, 또 하나의 공허한 숫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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