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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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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한항공 독주’ 굳어진다…항공업계 ‘양극화’ 심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7 08:45

NICE신평, 2026 항공운송산업 전망…“수요 둔화 속 공급 폭탄”
LCC 영업이익률 1년 새 3분의 1 토막…단거리 출혈 경쟁에 ‘비명’
파라타항공 가세, 일본·동남아 단거리 노선 경쟁 ‘점입가경’ 예고
대한항공, 프리미엄·화물 쌍끌이에 아시아나 통합 ‘시너지 극대화’

대한항공의 신규 기업 이미지(CI)와 이를 적용한 787-10(HL8515)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의 신규 기업 이미지(CI)와 이를 적용한 787-10(HL8515)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2026년 대한민국 항공업계가 대한항공과 '나머지 항공사' 간의 실적 격차가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는 구조적 '양극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고유가·인건비 상승 등 3중고가 업계를 덮친 가운데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이 약한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좁아진 단거리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에 내몰릴 전망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의 독점적 지위와 탄탄한 화물 수익, 프리미엄 여객 수요를 바탕으로 '나 홀로 고공 비행'을 이어가며 시장 지배력을 절대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2026년 산업 전망-항공 운송' 보고서와 주요 항공사들의 3분기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내년 항공 시장은 수요 성장세는 둔화되는 반면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급 불균형'이 최대 리스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LCC, 늘어난 비행기에 신생 항공사까지…좁아진 하늘길 '아비규환'

내년 LCC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공급 과잉이다. 한때 LCC들은 코로나19 엔데믹 특수를 노리고 경쟁적으로 항공기 확보에 나섰으나 이제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 등록 기준 국내 LCC 8개사의 여객기 운용 대수는 총 184대로 집계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57대보다 1.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반면 LCC의 주력 텃밭인 일본·동남아 노선은 이미 여객 수요가 2019년 수준을 회복해 더 이상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불을 지피는 것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다. 파라타항공의 재취항은 내년도 단거리 노선 운임 하락을 부추길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기존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등 주요 LCC들이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파라타항공까지 가세할 경우 일본·동남아 등 알짜 노선에서의 운임 경쟁은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NICE신평은 “가계 실질 소득 정체와 고환율로 여행객들의 지갑이 얇아진 상황에서 항공사들의 기재 도입과 플라이강원에서 사명을 바꾼 파라타항공의 시장 재진입은 운임 약세를 고착화할 것"이라며 “운임 방어력이 낮은 LCC일수록 수익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가뜩이나 좌석 공급 포화 상태에서 파라타항공까지 뛰어들어 수익성 악화는 명약관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파라타항공 A330-200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파라타항공 A330-200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재무제표가 증명한 '체급 차이'…이익률 격차 '4배'

이러한 우려는 이미 재무제표상의 숫자로 현실화되고 있다. NICE신평이 분석한 항공사별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살펴보면 대형 항공사(FSC)와 LCC 간의 격차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EBITDA 마진율은 18.0%로 집계돼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지만 LCC들의 마진율은 평균 4.7%에 그쳤다. 이는 2024년 연간 기준 LCC 마진율이던 14.6%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수치다.


주요 상장 LCC들의 3분기 보고서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취항 비용 등으로 인해 올해 3분기에 적자 전환했고, 제주항공과 진에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며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비용 구조가 취약한 LCC들이 환율 상승과 유류비 부담을 운임에 전가하지 못한 채 그대로 떠안은 결과다.


올 타임 '국내 항공업계 1타' 대한항공, 악재 뚫고 '나홀로' 순항

반면 '맏형' 대한항공은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핵심 경쟁력은 '장거리'와 '프리미엄'이다.


보고서는 “대한항공은 비즈니스 출장과 같은 상용 수요가 탄탄한 미주·유럽 노선에서 높은 운임 방어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중대형 항공기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미 기단을 확보한 대한항공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의 무비자 입국 허용 조치 역시 중국 노선 비중이 높은 FSC에 더 큰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항공 화물 부문 역시 든든한 버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공 지능(AI) 반도체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제품 수출이 늘어나며 화물 수익의 하방을 지지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 체력 면에서도 우수함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평균 15대 이상의 최신형 항공기를 도입하며 조 단위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축적된 현금성 자산과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재무 안정성을 유지할 전망이다.


아시아나 품는 대한항공, 초대형 '메가 캐리어'의 독주

향후 대한항공의 독주 체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는 순간 완성형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통합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 시장 중 국제선 이용객의 약 50%를 점유하는 명실상부한 '메가 캐리어'로 재탄생한다.


NICE신평은 “통합 항공사는 압도적인 시장 지위와 노선 효율화, 구매력 증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이 한 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의 연결 부채 비율은 올해 3분기 말 333%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떠안았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비용 상승 압력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2026년 항공 시장은 각종 금융 비용 통제 능력과 노선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한항공과 생존을 위해 치열한 운임 전쟁을 벌여야 하는 LCC들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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