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정승현

jrn72benec@ekn.kr

정승현기자 기사모음




자율안 제출 완료 ‘석화 구조개편’ 이번주 분수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21 15:00

대산 이어 여수·울산 석화기업 지난주 재편안 제출
여수 LG·GS NCC 감축, 롯데·DL 여천NCC 통폐합
울산도 SK·대한유화·에쓰오일 3자 재편 큰틀 가닥
산업부 22일 업계 간담회…세부조율금융지원 주목
NCC 감축부터 통합 설비 최적화까지 과제 ‘산더미’

국내 석유화학 CEO들과 마주 앉은 김정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8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남 대산에 이어 전남 여수, 울산 등 산업단지에 기반을 둔 석유화학기업들이 사업 재편안을 마감시한인 올해 연말을 앞두고 정부에 제출하면서 국내 석화산업 구조재편이 큰 고비를 넘겼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석화업계는 이르면 22일 간담회를 열고 3개 산업단지 중심의 석화사업 재편안 내용을 추가 조율할 예정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금융 지원의 구체적인 방향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담회에 이어 산업통상부와 석화업계는 통합(사업개편) 기업별로 기초유분(업스트림)부터 석화 소재(다운스트림)에 이르는 공급망을 최적화할 방안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여수와 울산 석화 산단에서 구조재편을 논의해온 석화사들이 지난 19일 산업통상부에 사업 재편안 제출을 마무리했다.


LG화학은 1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이행하고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개편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재편 계획안 자료를 (산업통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GS칼텍스와 전남 여수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생산설비를 조정할 사업 재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해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에틸렌 연산 120만톤 규모의 LG화학 1공장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을 중단하고 2공장 NCC를 GS칼텍스 공장과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S칼텍스는 90만톤의 생산 능력을 가진 NCC를 돌리고 있다.




같은 날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도 사업 재편안을 제출했다. 여천NCC의 NCC 공장 3곳 중 하나를 폐쇄하는 방안을 재편안에 담고, 나머지 2곳과 롯데케미칼 공장 한곳 중 하나를 닫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 1~3공장은 각각 연간 약 90만톤, 91만톤, 47만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의 NCC 규모는 123만톤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논의 속도를 못냈던 울산 산단의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도 사업재편안의 큰 틀을 잡아 산업통상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재편 방향을 논의해왔다.


충남 대산에서는 지난달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산업 재편안을 마련하고, 채권단이 금융지원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에틸렌을 연간 110만톤 생산할 수 있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해 HD현대케미칼에 합병하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기존 40%, 60%에서 절반씩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석화산업 재편이 큰 고비를 넘기면서 세부 재편안과 추가 자구안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사업 재편에 참여한 석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르면 22일 간담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장관과 석화기업 CEO들은 지난 8월 말에 모여 석화업계 사업 재편 자율협약을 맺은 적이 있다.


이처럼 석화기업들이 자율 구조조정의 데드라인에 앞서 일제히 사업재편안을 내놓으면서 9부 능선을 넘겼지만 사업 재편 완수에 이르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줄인 뒤에는 사업 재편의 최종 목표인 다운스트림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던 두 기업의 설비를 연결해 생산을 최적화하고, 생산할 석화 소재와 생산량 등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비를 통합하기 위해 세우는 합작법인(JV)의 운영 방식도 논의 대상이다.


특히, 울산 산업단지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와 석화산단 내 복잡한 공급망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사업 재편안 확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울산 단지는 에틸렌 생산 능력이 연간 174만톤으로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에틸렌 연산 180만톤 규모로 건설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을 시작하면 공급 과잉 문제를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그동안 샤힌 프로젝트가 원유 정제부터 다운스트림까지 공정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석화 경쟁력 방향에 부합하다는 입장이다. 이 상황에서 SK지오센트릭이나 대한유화의 NCC 중 하나를 끄는 방안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울산단지 3사 간 다운스트림 최적화 방안부터 모색한 다음 NCC 감축을 논의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재편에 참여하는 석화 기업들이 NCC 축소·폐쇄와 JV 설립을 통한 설비 통합을 큰 틀로 잡고 있다"며 “NCC 폐쇄 결단을 내린 석화사가 받을 인센티브와 JV로 얻을 이득이 분명해져야 앞으로도 남은 사업 재편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