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윤호

kyh81@ekn.kr

김윤호기자 기사모음




보안 리스크 수렁 빠진 SKT·KT ‘신뢰회복 시험대’ 오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22 17:30

해킹 피해자 보상 조정안에 SKT 2.3조원 ‘가중’…수락 불투명
KT 결제사고 조사결과 임박, 위약금 면제·수천억 과징금 예상
SKT 재무 부담·신뢰회복 고심, KT 새CEO 사태수습 우선과제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전경.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전경.

올해 잇단 해킹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형 통신사 SK텔레콤(SKT)과 KT가 좀처럼 '보안 리스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킹 사고 자체는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후 보상·조정 여부와 조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경영 부담과 소비자 불신이 동시에 커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보안사고를 넘어 통신사의 신뢰 회복 능력과 리더십을 가르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4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SKT에게 보상 신청자 1인당 1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조정위는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례의 1인당 보상액이 통상 10만원 수준이었던 점 △전체 피해 소비자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 △조정안 수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보상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만일 조정안을 수용한다면 SKT는 신청인 1인당 5만원의 통신요금 할인과 제휴업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티플러스포인트 5만 포인트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절차를 진행하도록 돼 있어 전체 피해자가 약 23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전면 보상 규모는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SKT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일단 “면밀히 검토한 뒤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조정안에 강제성이 없는 데다 보상 규모가 막대한 만큼 SKT가 원안대로 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실제로 SKT는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1인당 30만원 배상' 조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직권으로 제시한 △연말까지 위약금 면제 연장 △유선 인터넷 등 결합상품 가입자 위약금 절반 보상 조치 역시 모두 수락하지 않았다.


물론 SKT는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해 1조원 이상의 고객 보상 및 정보보호 투자비용을 집행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조정안 거부는 단기적인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로 SKT의 소비자신뢰지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달 초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이동통신 3사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이통3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만이나 피해를 경험한 소비자는 420명으로 전체(1490명)의 28.2%를 차지했다. 지난해(13.7%)보다 두 배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불만이 50%(210명)로 가장 많았다. 유심 해킹 사태를 겪은 SKT의 브랜드 가치가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31위로 18계단 급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알뜰폰(MVNO) 확산과 번호이동 환경 개선으로 가입자 이동 장벽이 낮아진 시장 환경에서 보안 사고에 대한 불신은 곧바로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KT 광화문 East 사옥 전경.

▲KT 광화문 East 사옥 전경.

지난 9월 무단 소액결제와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KT 역시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연내 발표될 것으로 예고되면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쿠팡 정보유출 청문회에 참석해 “KT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결과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위약금 면제 조치나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직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KT는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면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취임 후 KT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KT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정된 박윤영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는 박 내정자가 대표이사에 선임될 경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해킹 사태 수습을 꼽고 있다. 동시에 향후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역시 새 경영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를 넘어, 통신사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