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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톺아보기] 이상일의 경고, “국가전략산업을 말 한마디로 흔들지 말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3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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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제공=페북 캡처

용인=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용인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연말 정국의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단은 정부 내부에서 나온 한마디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미 궤도에 오른 국가전략사업의 방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전 논란은 사실무근이며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은 차질없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용인시는 반도체산업과 국가경쟁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최근의 논란을 정면으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용인특례시 반도체프로젝트를 흔드는 일부 행정부 인사와 정치인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면서 “용인은 반도체 투자기업, 시민과 함께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방어 차원의 발언이 아니다. 국가전략산업을 둘러싼 정책 신뢰와 행정 일관성, 그리고 정치적 책임에 대한 엄중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되돌릴 수 없는 국가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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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특례시에 조성되고 있는 이동남사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제공=용인시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사업이 아니다.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서 출발해 2023년 3월 국가산업단지로 확정됐다. 이후 정부 승인, 환경영향평가, 토지 보상 등 모든 공식 절차를 밟아 현재는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체결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공사를 진행 중이다.


600조원에서 장기적으로는 1000조원에 달할 민간투자가 현실에서 움직이고 있는 다시금 되돌릴 수 없는 국가사업이다. 이처럼 본 궤도에 오른 사업을 단 한마디로 흔드는 것은 정책신뢰를 무너뜨리고 기업투자 위축과 '코리아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이상일 시장이 “같은 정부 안에서 조율되지 않은 개인적 발언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직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산업은 단순히 '전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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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상도(우)와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좌) 제공=용인시

반도체산업은 '전기만 있으면 되는 산업'이 아니다. 24시간 무정전 전력, 하루 수십만 톤에 이르는 초순수, 고도로 숙련된 인력, 그리고 즉각적인 기술 대응이 가능한 촘촘한 공급망이 동시에 맞물려야 돌아간다.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 바로 용인을 중심으로 한 경기남부 반도체 벨트다.




새만금이나 호남권 이전론이 거론되지만 이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전력은 단순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구조는 간헐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결국 원전·LNG·대규모 송전망에 다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용수 확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인프라 구축에 소요될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이전론은 해법이 아니라 더 큰 비용의 시작에 불과하다.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김 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앞뒤를 가리지 않은 탁상공론식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정을 책임지는 위정자가 할 말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보다 멀리 내다보고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정책적 판단에 기초해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발언은 결과적으로 경솔한 언행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용인, 세계적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이상일 시장의 노력도 한몫 '톡톡'

용인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SML,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글로벌 소부장 기업들이 밀집한 세계적 반도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쳐 축적된 산업집적효과는 단기간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는 대한민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상일 시장이 강조한 “이미 본 궤도에 오른 사업"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처럼 용인이 세계적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는 데에는 이상일 시장의 흔들림 없는 추진력과 치밀한 행정력이 결정적 한몫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그는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유치와 조성을 위해 그는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정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왔다.


우선 복잡한 인허가 절차의 신속 처리에 행정력을 쏟았다.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도시계획변경 등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필수적인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했으며 특히 환경부·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을 줄이기 위해 '원스톱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행정절차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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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승인 기념행사'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제공=용인시

토지보상과 주민 협의에서도 갈등 관리에 집중했다.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토지보상과 이주 문제를 두고 이 시장은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직접 열며 보상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주민 지원대책을 마련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반인 전력·용수·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정부와 직접 소통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한국전력과 협력해 초고압 송전망 확충 계획을 조율했고 한국수자원공사와의 협업을 통해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초순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기업 맞춤형 행정 지원도 병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인허가, 입지, 행정 절차 전반에 걸친 맞춤형 지원을 제공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을 위해 통역과 법률 자문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기업 유치 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아울러 그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규제 완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신속한 투자와 의사결정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산업단지 내 연구시설 건축규제 완화, 외국인 전문인력 비자발급 절차 간소화 등을 꾸준히 건의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은 단순한 지역이기주의적 대응이 아니라 국가전략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과 헌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쟁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기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TSMC 구마모토 공장을 초단기간에 완공했고 중국은 막대한 국가지원을 바탕으로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이전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을 완성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상일 시장은 정부와 직접 소통에 나서 전력·용수·교통 인프라 확충과 이주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전략사업이라면 정부가 흔들리는 발언으로 혼란을 키울 것이 아니라 명확한 로드맵과 일관된 메시지로 사업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전략산업,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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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모습. 제공=용인시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은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미래산업 인프라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이나 정책실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이상일 시장의 단호한 메시지는 결국 정부를 향한 “국가전략산업을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답은 행동으로 그리고 흔들림 없는 일관성으로 증명돼야 한다. 반도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위정자들은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리고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위정자들의 앞뒤 분간없는 특정 지역을 향한 인기 발언은 심할 경우 국가를 위기로까지 몰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위정자들은 정치적 수사에 앞서 다시 한번 재고해 발언하길 주문한다. 국가전략산업은 말 한마디로 흔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용인에서 시작된 이상일 시장의 경고는 단순한 지역방어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외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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