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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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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의 귀환’…HMM 탱커, HD현대 ‘윙세일’ 달고 ‘무탄소 대양 항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1.12 15:42

HMM 5만 톤급 ‘오리엔탈 아쿠아마린호’에 탑재 완료…해상 실증 본격화
특허로 확인된 ‘좌우 대칭 가변 날개’ 기술로 풍향 제약 없이 추진력 극대화
태풍 불면 스스로 접히는 ‘3단계 오토 틸팅’ 등 고도 첨단 안전 기술 집약
연비, 최대 20% 절감 기대…민관 협력으로 친환경 선박 생태계 주도

HMM MR 탱커 오리엔탈 아쿠아마린호에 HD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 장치 '윙세일' 시제품이 탑재돼 해상 실증 중인 모습. 사진=HD현

▲HMM MR 탱커 오리엔탈 아쿠아마린호에 HD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 장치 '윙세일' 시제품이 탑재돼 해상 실증 중인 모습. 사진=HD현대 제공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HD현대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현대판 돛' 윙세일(Wing Sail)이 실제 선박에 탑재돼 대양으로 나간다. HD현대는 최근 윙세일 시스템의 핵심인 제어·안전 장치에 대한 원천 특허를 대거 확보하며 기술적 '초격차'를 완성한 데 이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과 손잡고 실제 운항 실증에 착수하며 상용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자체 개발한 풍력보조 추진 장치 '윙세일'을 HMM이 운용 중인 5만 톤급(MR급) 탱커선 '오리엔탈 아쿠아마린(Oriental Aquamarine)'호에 탑재 완료하고 본격적인 운항을 시작했다. 이번 실증은 높이 30m, 폭 10m에 달하는 거대한 날개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연비 효율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HMM 선박에 꽂힌 30m 날개…비밀은 '대칭형 가변 구조'

이번에 실선에 탑재된 윙세일은 겉보기에 항공기 날개와 비슷하지만 내부에는 HD현대가 특허(10-2905698호 등)로 확보한 혁신적인 설계 기술이 집약돼 있다. 핵심은 '좌우 대칭형 가변 날개' 시스템이다.




기존 윙세일은 앞뒤가 고정되어 있어 바람 방향이 바뀔 때마다 거대한 돛 전체를 180도 이상 회전시켜야 하는 비효율이 있었다. 반면 HD현대의 윙세일은 주날개를 중심으로 양단에 '보조날개'가 부착된 형태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리딩 에지·트레일링 에지 등 날개 앞뒤를 즉각적으로 바꿀 수 있다.


특허 분석 결과, 이 시스템은 4개의 독립된 회전축과 구동모터를 통해 주날개와 보조날개의 각도를 미세 조정한다. 이를 통해 좌현풍이나 우현풍 등 어떤 방향의 바람이 불어도 최적의 양력을 만들어내며, 돛의 회전 반경을 줄여 갑판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아울러 강철 스파(Spar)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리브(Rib)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소재 기술을 적용해 30m 높이의 거대 구조물이 태풍급 강풍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했다.


“태풍 오면 알아서 접는다"…특허 기술로 구현된 '오토 틸팅'

'틸팅(Tilting)' 기능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도 특허(10-2905701호)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접이 기능이 아닌, 풍속 초속 20m를 초과하는 극한 기상 상황에서 발동되는 '3단계 자동 보호 프로토콜'이다.




시스템이 위험 풍속을 감지하면 보조 날개를 하방으로 회전시키고, 연결 부위를 조정해 날개 간 부피를 최소화한 뒤, 최종적으로 보조날개를 주날개 상부에 밀착시켜 갑판으로 눕히는 방식이다. 이 정교한 메커니즘 덕분에 선박은 악천후나 교량 통과 시에도 구조적 손상 없이 안전한 운항이 가능하다.


또한 거대한 돛이 선교(Wheelhouse)의 시야를 가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회전 카메라 시스템'도 적용됐다. 돛이 바람을 따라 회전하더라도 상단에 설치된 카메라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항상 선수가 정해진 구역을 비추도록 설계돼 사각지대를 원천 차단했다.


연비 최대 20% 절감…K-조선·해운, '원팀'으로 규제 파고 넘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실증을 통해 윙세일의 연비 개선 효과가 운항 조건에 따라 최대 20%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료 절감은 곧 탄소 배출량 감소로 이어져, 선박 탄소 집약도 지수(CII)나 유럽해상연료규제(FuelEU Maritime) 등 날로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할 핵심 솔루션이 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해양수산부 주관 '선박 배출 온실 가스 통합 관리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 결과물이다. 이 사업에는 HD한국조선해양과 HMM뿐만 아니라 한국선급(KR)·HD현대마린솔루션·그리고 지역 기자재 업체인 오리엔탈정공 등이 참여해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


HMM 관계자는 “컨테이너선대에 이어 벌크선대에도 윙세일을 도입해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며 “2년간의 실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도입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이번 해상 실증은 독자 기술로 확보한 특허들이 실제 바다 위에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며 “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선박과 윙세일 기술을 접목해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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