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행사장의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 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산업계 피지컬 AI 도입을 가시화하면서 국내 소재 기업들에 기회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하려는 석유화학사들이 고강도 경량화 소재를 선보일 잠재력이 있어서다,
휴머노이드가 개발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성능을 높여줄 소재를 개발하는 데서 소재 기업들이 경쟁력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소재 기업들은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빠르면 2028년 공정에 투입할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아틀라스 투입 반대 목소리는 휴머노이드 현실화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이 같은 현상에 석화 기업들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현하고 무게가 가벼워야 하는 로봇 특성 때문이다. 강도와 탄성, 내구성이 우수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강 같은 금속 제품이 필수다.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액츄에이터도 금속 재료로 만든다. 그러나 철강을 쓰면 로봇 무게가 증가해 같은 움직임을 구현해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에 무게가 가벼운 고강도 플라스틱이 로봇의 뼈대를 잡을 소재로 부상해왔다.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과 플라스틱에 탄소섬유를 보강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PEEK는 탄소 원자 6개가 고려 형태로 연결된 벤젠고리 여럿을 산소 원자(에테르기) 또는 탄소-산소 연결체(케톤기)를 매개로 연결한 고분자 물질(합성수지)다. 철강 구조를 대체할 정도로 강도가 우수한 데다, 섭씨 250도(℃) 수준의 열을 견디고 내부식·내마모성도 갖췄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은 육각형 구조를 이룬 탄소들이 섬유 형태로 연결된 탄소섬유를 형태 변형이 자유로운 플라스틱에 더한 소재다. 탄소섬유는 탄소와 수소를 중심으로 선형으로 죽 늘어진 유기 섬유를 고온에서 가열해 얻으며, 탄탄한 탄소결합 덕에 철보다 25% 가벼우면서 10배 더 강한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2월 낸 '휴머노이드 100: 휴머노이드 로봇 가치 사슬을 지도로 그려보기'에 따르면, 테슬라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세대는 구조와 퍼포먼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PEEK 같은 가벼운 소재와 출력 밀도가 높은 액츄에이터를 이용해 10kg을 줄일 수 있었다.
충격 흡수와 내부 기밀(실링) 같은 특성을 구현할 고기능 합성고무도 필수 소재로 거론된다. 합성고무는 산업 현장 곳곳에서 탄성을 구현하는 재료로 쓰이고 있다. 두 부품 사이를 빈틈 없이 연결해 제품 내부의 기밀성을 유지하는 개스킷, 로봇의 정밀한 손·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패드 등이 합성고무로 만들어진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합성고무 산업에 로봇이라는 새로운 수요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금호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합성고무 생산 업체들의 미래에 긍정적 요소"라고 내다봤다.
피지컬 AI의 완성된 체계가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석화 소재 개발 가능성도 크게 열려 있다.. 이에 맞춰 피지컬 AI 고도화의 장벽을 넘어설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를 선보여 석화기업들이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 전환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피지컬 AI의 구체적인 형태를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로봇은 기본적으로 가볍고 유연한 동시에 내구성을 갖춰야 하므로 지금까지 나온 소재와 전혀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산업용 소재에 대한 경험이 가장 풍부한 석화 산업은 피지컬 AI가 요구하는 특수소재에서 무궁무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석화산업 구조재편 과정에서 석화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공정 효율화, 박리다매보다 어떤 혁신적인 스페셜티를 선보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수요가 크지 않더라도 고기능성을 구현한 '알찬' 소재'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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