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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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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포커스] 플라스틱 남용, 인류 사회에 엄청난 건강비용 청구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02 11:08

지금 이대로 오염 계속 되면 2040년까지
8300만 시간에 이르는 인류 건강 빼앗아
영국 연구팀 ‘랜싯 지구보건’ 저널에 논문
미세플라스틱 포함하면 피해 더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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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 협약 협상 회의를 앞두고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남용을 경고하기 위해 플라스틱 제품을 펼쳐놓았다. (사진=강찬수 기자)


플라스틱 오염이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오는 2040년까지 인류 전체로부터 건강 수명(건강한 시간)을 8300만 시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을 비롯한 국제 연구팀은 전(全) 수명 주기 평가(life-cycle assessment, LCA) 기법을 통해 플라스틱이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의학·환경 분야 저널인 '랜싯 지구보건(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플라스틱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다




연구팀이 사용한 핵심 분석 틀인 LCA는 특정 제품이나 물질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원료 채굴부터 생산과 운송, 사용, 폐기 또는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쓰레기 처리나 재활용에만 국한하지 않고, 석유·가스 추출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 건강 피해를 계량화하기 위해 사용된 지표가 장애보정 생존년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s, DALY)다. DALY는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과, 조기 사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수명을 합산한 지표다. 1 DALY는 '건강한 삶 1년의 상실'을 의미한다. 즉 DALY가 클수록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건강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는 또한 BAU(business as usual)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는 현재와 같은 정책, 생산 방식, 소비 패턴이 유지되고 추가적인 구조적 변화가 없을 경우의 미래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기준선인 셈이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현재와 같은 플라스틱 생산·소비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16년부터 204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누적 건강 피해는 약 8300만 DALY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 세계 인류가 플라스틱으로 인해 8300만 년에 해당하는 건강한 삶을 잃는다는 의미다.




특히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된다. 2040년 한 해에만 약 450만 DALY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플라스틱 문제가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해로운 단계는 '버린 뒤'가 아니라 '만들 때'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플라스틱 수명 주기 중 인류 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단계가 폐기나 재활용이 아니라 '1차 플라스틱 생산' 단계라는 점이다. 2016년 기준으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이를 폴리머로 전환하는 이 단계가 전체 건강 부담의 약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기후 변화를 심화시켜 폭염과 홍수, 식량 불안, 감염병 확산을 키운다. 동시에 초미세먼지(PM2.5)는 심혈관 질환과 폐암 사망 위험을 높이며, 각종 독성 화학물질은 암과 호르몬 교란, 비전염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생산 다음으로 건강 피해가 큰 단계는 폐기물의 노천 소각(open burning)으로 15%를 차지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심각한 공기 오염과 독성 노출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약 3%는 폐기물 수거 및 운송, 산업용 소각, 위생 매립, 덤프사이트(비위생 매립지) 등에서 발생한다.


또한, 오는 2040년에는 1차 플라스틱 생산이 전체 피해의 63%를 차지해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대체재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으로 인한 피해가 약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노천소각은 관리가 개선되면서 비중이 5%로 낮아진다.


이와 함께 재활용 공정이 확대됨에 따라 약 5%로 비중이 늘고, 산업용 소각도 약 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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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회의가 열렸다. 당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협상 타결을 촉구하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플라스틱 근절(End Plastic)'이란 몸 글자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이 중요한 이유


이 연구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한다. 재활용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며,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단일 정책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건강 피해의 대부분이 이미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재활용을 아무리 늘려도 핵심 피해 원인을 건드리지 못한다.


둘째, 재활용 공정 자체도 에너지 사용과 배출을 동반하며, 특히 화학적 재활용은 오히려 건강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셋째, 현재 추세대로라면 플라스틱 수요는 2050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재활용만으로 증가분을 상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대체 물질조차 없는 단순한 1차 플라스틱 생산 감축만으로도 건강 피해와 배출량을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기후 변화, 공기 오염, 화학물질 노출이라는 세 가지 위협을 동시에 낮출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해법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기물 관리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심 대책으로는 ▶전 지구적 플라스틱 생산 상한 설정 ▶일회용 플라스틱의 구조적 감축 ▶재사용 시스템 확대 ▶폐기물 수거·처리 인프라 개선 ▶플라스틱 화학물질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이 제시됐다.


특히 국제적 구속력을 갖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Global Plastics Treaty)'을 통해 생산량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 한, 건강 피해 증가는 막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구에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직접적인 건강 피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해당 피해가 작아서가 아니라, 정량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LCA 방법론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노출 경로와 건강 영향을 충분히 반영할 만큼 발전하지 않았고,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 정보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 때문에 8300만 DALY라는 수치가 실제 피해를 10분의 1 이하로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즉,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플라스틱의 건강 비용은 훨씬 클 수 있다. 이 경우 플라스틱 생산보다 사용이나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생산 단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한 논쟁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협약 협상에서 선진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중국 등 플라스틱 생산국에 대해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생산국들은 생산을 줄이기보다는 재활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플라스틱 문제는 쓰레기의 문제가 아니라 추출과 생산의 문제이며, 인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활용보다 먼저 덜 만들고, 덜 쓰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플라스틱의 숨겨진 비용은 앞으로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수명을 깎아먹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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