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가당 탄산음료에 '두쫀쿠'까지 가세 '빨간불'
비만·당뇨병·잇몸병·지방간 등 각종 만성질환 유발
식약처의 당류 섭취 1일 기준치, 2배 이상 강화해야
▲소아청소년의 '최애 음료'인 콜라와 사이다 각각 250㎖ 한 캔에 28g, 27g의 첨가당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첨가당 30g이 들어갔다면 '1일 섭취 기준' 30%가 아니라 60%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이다. 사진=박효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에 부담금을 매겨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공공의료 인프라 및 의료 공공성 강화에 쓰자는 제안을 최근 내놓았다. 관련 업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반작용이 만만찮은 '뜨거운 감자'를 이 대통령이 공론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설탕 남용을 줄이기 위해 몇몇 과용사례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하고, 걷힌 부담금을 설탕 과용에 의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씀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자는 설탕 부담금 제도, 이 제도의 도입 여부에 대한 좀 더 깊이 있고 냉철한 논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어도 당류 섭취 문제는 국민건강의 초미의 이슈이다.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서고, 젊은 층에서 당뇨병이 늘고 있고, 당뇨병 경계치에 속하는 국민도 1500만 명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학계와 보건당국은 추산한다. 국민의 절반이 당뇨대란의 위기를 겪고 있다.
탄수화물의 일종인 설탕·과당·포도당·액상과당 등 당류의 지나친 섭취는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국내외 연구에서, 그리고 실제 경험상으로 잘 드러나 있다. 고지혈증·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으로도 작용하며, 또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이 되며, 심혈관 질환과 일부 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설탕·과당·포도당·액상과당은 언뜻 모두가 설탕인 것 같지만 실은 화학구조가 다르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 중 첨가당의 하루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1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자연식품에 함유된 천연당을 제외한 수치다. 성인의 경우 하루 2000㎉를 기준으로 10%에 해당하는 200㎉를 일일 당류 섭취 상한으로 권고한다. 탄수화물의 열량은 1g에 4㎉이므로 200㎉는 50g이 내는 열량이다. WHO 기준으로 따지면 당류 10g은 일일 상한 권고치의 20%에 해당한다. 당류 일일 상한 권고치의 100%는 50g이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의 식품영양 정보에서 당류 10g을 하루 섭취 당류 영양권고치의 10%로 환산해 표기한다. 식약처 기준으로는 당류 일일 상한 권고치의 100%가 100g이다. 한국의 당류 1일 섭취 상한선이 % 표시를 하면서 갑자기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것을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몇 년째 그대로 놔두고 있다.
▲탄산 포도과즙 음료에 첨가당이 42g이나 들어 있다. 식약처 기준으로 42%라고 표기했지만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84%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게다가 쌀을 비롯한 곡류의 소비는 줄고 달고 기름진 각종 가공식품·패스트푸드와 빵류나 라면류가 늘고 있는 국내 식습관을 감안하면 당류 섭취를 더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콜라·사이다 등 100% 가당 탄산음료 한 잔(200㎖ 기준)을 마시면 25g 이상의 첨가당을 먹게 된다. 또 팥빙수 한 그릇(보통 크기)은 당류 함유량이 60~80g이나 된다. 도넛(150g 기준) 1개의 경우 당류 30~40g짜리가 수두룩하다. 요즘 유행하는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는 또 어떤가? 아이스크림은 100g당 15~30g 수준이다.
더욱이 소아·청소년기부터 당류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나 인스턴트(즉석 식품)나 가공식품의 의존 빈도가 점점 높아져 국민건강에 '빨간불'이 짙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음료만 따져볼 때 2023년 기준 조사 결과 10대 아이들과 청소년은 고함량의 당이 포함된 △탄산음료 △과일채소음료 △기타 가당음료 등 3가지를 주로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또한 매우 높은 수치의 탄산음료 및 기타 과당음료 섭취를 기록했다.
당류는 나트륨이나 다른 영양소와 달리 %로 환산하기가 간단치 않다. 천연당도 있고 첨가당도 있어서 더 그렇다. 하지만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처럼 오로지 첨가당만이 들어간 품목에 대해서는 최소한 WHO 기준을 준용하는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들은 현행 제품에 표기된 당류 %표시에 곱하기 2나 3을 해서 당류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게 가져야 한다.
건강부담금을 물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폐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려서 금연 예방 캠페인에 쏟아 부었지만 성과는 '별무효과'였다. 담배 한 갑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은 금연 보건 사업에만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하책이다.
담배 부담금은 물론이려니와 당류 부담금의 경우도 당류 저감 캠페인과 당류가 원인이 되는 만성질환뿐 아니라 희귀질환, 소외계층 의료지원, 응급의료 체계 등 의료의 공공성 강화에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설탕 부담금이라는 용어도 만족스럽지 않다. 설탕뿐 아니라 다양한 당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당류 부담금'이라고 해야 적절하다. 그리고 '당류 경고문구' 표기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정도만 해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담배처럼 '후두암으로 가는 길', '폐암으로 가는 길' 정도의 고수위가 아니어도 좋다. 담배와 달리 당류는 지나친 섭취가 문제이지 당류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법·제도·규정의 변경은 신중을 거듭해야 하지만 국민건강권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건당국은 가져야 한다. 당류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병 등 만성 질환들이 크게 늘고 있고,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강력한 당류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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