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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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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추락, 엔화는 널뛰기, 프랑화는 강세…안전자산 공식 바뀌나 [머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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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사진=로이터/연합)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거나 경기가 불안할 때 주목받는 대표적 안전자산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서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행보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반면, 일본 엔화는 정치 지형 변화와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 속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프랑화는 반사이익을 누리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스위스 금융당국의 새로운 부담으로 부상하고 있다.


◇ 트럼프 등장이 촉발한 弱달러…“약세장 장기화"


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9.37% 급락해 2017년 이후 최대 연간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서도 1%가 넘는 추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위스 금융사 줄리우스 베어는 이같은 달러 약세의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무역정책"을 지목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었고, 이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을 촉발했다. 특히 관세가 갑작스럽게 부과됐다가 철회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도가 훼손됐고, 이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줄리우스 베어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대규모 감세법안)이 미국을 “지속 불가능한 부채 궤도"로 몰아넣고 있으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를 대폭 인하하라고 압박한 점도 달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간 점도 탈(脫)달러 흐름을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달러 약세를 우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결과 달러인덱스는 하루 만에 1.3% 급락하며 지난해 4월 10일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 자체가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 리서치 총괄은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신화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가 위험회피 국면에서 상승한다는 통념에 대해 “달러와 주식 간 상관관계를 살펴봐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지난 1년간 S&P500 지수는 달러와 탈동조화된 흐름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이에 스미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콜 스미드 최고경영자(CEO)는 “달러가 장기적인 약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을 되돌아보면 달러는 2002년에 고점을 찍은 뒤 6년 동안 매우 오랫동안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달러인덱스는 2002년 고점에서 2008년 저점까지 약 41%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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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 150엔 밑에서 160엔까지…냉온탕 엔화


또 다른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는 지난해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고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의 공동 시장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6엔으로 작년 한 해를 시작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하자 엔화 환율은 하락세(엔화 강세)를 이어갔고, 2~3분기 동안 150엔선 밑에 유지됐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넘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면서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이는 엔화 매도세로 이어졌다. 그 결과 엔/달러 환율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올해 초까지 약 8% 상승하며 160엔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엔화 환율은 이후에도 널뛰기 장세를 이어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엔/달러 환율에 대해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율은 152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시장 개입에 앞서 주요 금융기관을 상대로 환율과 거래 상황을 점검하는 절차로, 통상 실제 개입의 전조로 해석된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일본은 조기 총선 국면에 돌입했고, 집권 자민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은 다시 157엔대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153엔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일본이나 미국 외환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160엔선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금융사 ING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159엔 부근에서 시장과 당국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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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프랑화(사진=로이터/연합)

◇ 스위스 프랑화 초강세…“가장 확실한 안전자산"


반면 달러화나 엔화와 달리 스위스 프랑화는 뚜렷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기축통화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프랑화의 안전자산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결과다. CNBC는 “프랑화는 스위스의 정치적 안정성, 낮은 국가 부채, 다각화된 경제 구조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달러 대비 프랑화 환율은 작년에만 13% 가량 급락(프랑화 강세)했다. 프랑화 환율은 올해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11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유로화 대비 프랑화 환율도 이달초 11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프랑화 강세는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CNBC는 지난 1년간 프랑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인 날은 10거래일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금융서비스 업체 에버리의 매튜 라이언 글로벌 시장 총괄은 “달러와 엔화는 최근 확실히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일부 잃었다"며 “반면 스위스 프랑화은 현재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 통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MUFG의 리 하드먼 통화 애널리스트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와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이 훼손됐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프랑화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가운데 엔화와 달러를 포함해 가장 뛰어난 가치 저장 수단임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위스 정부와 중앙은행은 프랑화 강세를 오히려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스위스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은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통화 강세는 추가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위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에 불과하다.


문제는 스위스 기준금리가 이미 0%인 만큼 스위스 중앙은행(SN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SNB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마르틴 슐레겔 SNB 총재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SNB는 과거에도 외환시장에 개입해 프랑을 매도하고 외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통화 강세를 억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교역국들의 통화 평가절하 문제에 매우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국과 일본을 보면 그들은 항상 위안화와 엔화 가치를 낮추려 해왔고, 나는 그들과 치열하게 싸웠다"며 “그들의 통화 평가절하는 공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와 2기 모두에서 스위스의 외환시장 개입을 문제 삼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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