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강원 양구군 양구읍 공수리 산골에서 오는 6월 말 입주를 목표로 귀농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서울 부동산 문제 완화와 노인 고독사 해소를 겨냥한 '은퇴자마을 시범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과거 소규모 단지 위주의 사업들이 정착에 실패했던 전례와 달리, 대규모 단지 모델을 도입해 유인책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의료 인프라 구축과 세대 통합형 설계, 저소득층까지 포괄할 수 있는 주거 모델 마련 등이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22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구상하는 모델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선 시티(Sun City)'처럼 주거·의료·오락·체육·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은퇴자 전용 도시다. 민간 실버타운과 달리 공영 개발 방식으로 추진해 합리적인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원주·춘천 은퇴도시 조성 계획'이 입법으로 구체화된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엄태형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을 반영한 위원회 대안이 통과됐다. 법안을 살펴보면 은퇴자마을 사업자는 지구 지정 후 1년 이내에 지구계획을 수립해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 사업을 시행한다. 주택은 입주 자격을 갖춘 은퇴자에게 분양 또는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SNS를 통해 서울·수도권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에 따라 지방 이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과도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은퇴 세대가 지방으로 이동하면 기존 주택이 매매·임대 시장에 공급돼 주거 압력이 완화되고, 은퇴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지역에서는 소비·생산 주체가 늘어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계속 유입되지만, 40대 중반부터 70세까지 연령층의 지역 이동 흐름도 상당히 강하다"며 “고향이 아니더라도 이동하는 이른바 'J턴' 흐름이 있어 은퇴자마을 조성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과거 정착에 실패했던 사례들과 달리, 이번에는 대규모 단지 모델을 도입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국 곳곳에서 지자체 단위의 유사 사업이 시도됐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2013년 전남 곡성군에 조성된 '강빛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 은퇴자마을로 주목받았지만, 현재 실제 거주 가구는 20가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령마을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의료 인프라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대학병원 등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은퇴자마을을 조성할수록 기본적인 성공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건상 대형 의료기관 유치가 어렵다면 정기 검진 체계를 마련하고, 최소한 뇌졸중 등 골든타임이 중요한 응급 상황에서 3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도록 응급 의료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도 고령 은퇴자의 이주가 활발한 지역은 의료 접근성이 정착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통합형 설계 역시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만 따로 모아 놓으면 공동체 유지가 어렵다"며 “노인이 있는 곳에 젊은 세대가 함께 살아야 삶이 이어지고 정주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만을 고려해 노인만 집중시키는 방식은 실제로 실패 사례가 많았다"며 “초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시간이 지나 한두 명씩 떠나기 시작하면 공동체가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은퇴자와 청년에게 주거지를 제공하고, 인근에 복지·문화·체육시설을 조성하는 '지역활력타운'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향후 은퇴자마을 시범사업 역시 이 같은 방향성을 반영한 설계가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분양·임대료 역시 중요한 변수다. 마강래 교수는 “공공이 추진해도 은퇴자마을 비용 부담이 클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선 시티는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하지만, 한국 은퇴 세대의 평균 소득 수준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산층 대상 대규모 단지 모델뿐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한 소규모 단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득층 대상 사업은 수익성이 있으면 민간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겠지만, 서민층을 위한 주거 모델에는 공공 개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입법안은 기존에 실패했던 소규모 단지 방식과는 차별화해 추진됐다"며 “법률안 공포 후 1년 이내에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운영 방식"이라며 “해당 지자체가 이런 사업을 계속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조성 및 운영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법률에는 문화·복지 지원이나 기존 주택 정리 등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가능성을 선언적으로 열어둔 상태"라며 “실제 단지 조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수 있을지는 추가 용역을 통해 하위 법령과 기본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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