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특임교수/전 기상청장
강수를 중심으로 확률예보에 대해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 기상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상기관은 왜 '강수확률 30%'와 같은 수치로 내일의 날씨를 설명할까. 우리는 “서울 지역의 내일 강수확률은 50%입니다"라는 예보를 들을 때, 그 의미를 과연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혹시 이를 '비가 올 가능성과 오지 않을 가능성이 각각 절반'이라는 단순한 통계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더 나아가, 본질적으로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대기 현상을 예측하면서 '확률'이라는 개념을 덧붙이는 일이 예보의 책임을 완화하기 위한 방패막이 장치는 아닌지 의문을 품어본 적은 없는가.
확률예보는 모호함을 감추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이를 의사결정 가능한 정보로 전환하려는 과학적 진보의 산물이다. 과거 예보가 예보관의 경험과 직관에 크게 의존하던 주관적 예보의 시대를 지나, 오늘날에는 슈퍼컴퓨터 기반의 수치예보모델에 의존하는 객관적 예보 시대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대기는 수많은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초복잡계이자 비선형 시스템이기에, 모든 과정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한 결과로 등장한 대안이 바로 확률예보다.
확률예보는 전통적 통계 기법과 앙상블 예측 등 복합적인 과학적 과정을 통해 산출된다. 함축적으로 강수확률 30%란, 과거 유사한 기압계와 기상 조건에서 해당 지역에 10번 중 3번 비가 내렸음을 의미한다. 강수확률 50% 역시 같은 맥락에서 10번 중 5번 비가 왔다는 뜻으로, 과학적으로 정당한 결과물이다. 이는 불확실성을 회피한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정량화해 제시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다. 확률예보는 단정적인 결정론적 예보보다 더 많은 데이터와 계산, 그리고 검증을 거쳐 생산되는 고차원의 정보라 할 수 있다.
확률예보의 가치는 산업 현장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업 경영에서 기상 단순한 참고 자료를 넘어 리스크 관리의 핵심 수단이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 개념이 '비용-손실 모델(Cost–Loss Model)'이다. 대응 비용(C)과 대비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손실(L)을 비교해 임계확률 Pc=C/L을 산출하고, 예보 확률이 이를 초과할 경우 행동에 나서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농업 분야에서 농약 살포 비용이 100만원이고, 비로 인해 재살포와 작물 피해로 5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 임계확률은 20%다. 즉 강수확률이 20%만 되어도 살포를 연기하는 편이 통계적으로 합리적이다.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비용이 500만원이고, 우천 시 재시공 손실이 5,000만원이라면 임계확률은 10%에 불과하다. 낮은 확률이라도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경영상 안전한 선택이 된다. 물류·유통 산업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수확률이 예보되면 인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해 배송 지연과 고객 이탈이라는 더 큰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확률예보는 의사결정을 정교화하고, 장기적으로 막대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
국가적 재난 관리에서도 원리는 같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의 발생 확률이 일정 임계치를 넘는 순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방재의 골든타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100% 확신'을 기다리는 태도는 곧 위험을 방치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확률에 기반해 움직이는 것만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현대 과학기술로도 100% 완전한 예보는 불가능하다. 이는 예보관의 역량 부족이나 슈퍼컴퓨터 성능의 한계 때문이라기보다는, 대기 운동 자체가 지닌 근본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한 기상현상이 빈번해지는 오늘날, 단정적 결정론에 머무는 태도는 기상·기후 정보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일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예보가 발전하더라도,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제 우리는 확률예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수급 예측 역시 기상 변수의 확률 정보를 반영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장기 기후예측에서도 단일 수치를 제시하는 방식보다 확률예보에 기반한 정보가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 훨씬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확률예보는 우리에게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부여한다. 20%의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인지, 80%의 가능성에 기대어 모험을 감수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예보를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 도구로 인식할 때, 우리는 자연재해의 위협을 보다 현명하게 관리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확률예보를 통한 '슬기로운 예보 생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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