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오른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 주재로 이틀에 걸쳐 진행한 사후조정 절차에서도 임금협상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향후 정부의 중재 노력과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향배를 놓고 재계와 일반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선 일단 고용노동부 등 노동당국이 긴급 중재에 나서 파업 시기를 연기하는 식으로 '급한 불'을 끌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노조가 사측과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투쟁 동력을 유지한 채 총파업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일주일만에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는 경우의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 사후조정 '마라톤 협상' 최종 결렬…파업 전 '극적 합의' 힘들 듯
13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12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줄달리기 대화를 이어갔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지난 11일 1차 회의 역시 오전 10시부터 11시간 30분가량 이어졌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정부 주재의 사후조정 절차를 이틀간 '마라톤 3자 대화'를 했음에도 아무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절차다. 중노위는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 노사는 핵심쟁점인 '성과급 자원 배분 및 상한선 폐지'를 놓고 의견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특별포상을 통해 업계 최고대우를 내걸고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제도화를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동시에 영업이익 15%를 지급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노사와 정부는 13일 사후조정 실패 뒤에도 '협상 최종결렬'이 아닌 '사후조정 최종결렬'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겼지만, 노조는 여전히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총파업 시작까지 일주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재계가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극적 합의'다.
사측이 성과급 지급액을 늘리는 대신 노조가 제도화 관련 논의를 뒤로 미루는 데 동의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역대급 성과'에 대한 보상은 철저히 하되 '성과급 명문화' 등 자본주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을 받는 사안은 추후에 얘기하는 해결안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 합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13일 새벽 사후조정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사후조정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며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안을 요청했고, 12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오는 21일 총파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4만1000여명"이라며 “현재 사측 안건으로 봤을 때는 5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며 파업 동력이 더 커질 것임을 알리며 삼성전자 사측을 옥죄었다. 이어 “적법하게 쟁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총파업 강행 의지도 드러냈다.
삼성전자 사측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노조는 결렬을 선언했다"며 “노조는 경영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며 결렬 책임을 노조에 돌렸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총파업 '파국' 수십조원 경제적 손실 불가피
노사간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인지라 노조가 18일 총파업을 벌이는 '파국' 국면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초기업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만6804명이 파업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파업 참여율이 58.6% 수준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직원들의 파업 동력이 상당하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노사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계에서는 사측이 노조의 '성과급 명문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본을 투입하지 않은 임직원에게 '준 주주' 지위를 부여하는 식이라 경제학 기본 개념을 무너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이홍 광운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이해관계자 경영학회' 춘계 정기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관련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에 의하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을 받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의 '준 주주화'를 의미하며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초기업노조는 사후조정 결렬 후 조합원들에게 전한 공지를 통해 “우리의 요구는 상한폐지 투명화와 제도화"라고 다시 강조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은 수십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사측 손실이 20조~30조원가량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기간 동안 파업이 벌어지고, 이후 설비를 복구하는 과정을 감안한 금액이다. 영업이익 감소액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재가동 후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가동 중단 시 라인에 깔려 있던 수만 장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노조가 예고한 시기 이후에도 파업이나 쟁의행위가 이어질 경우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공급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신뢰 하락'은 중장기적으로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는 단초가 될 수 있어 삼성전자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두 번째 심문기일인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가처분 인용 탄원서를 제출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중재 통해 '급한 불' 끌 듯…'긴급조정권' 발동설 솔솔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할 때 정부가 다시 중재에 나서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시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긴급조정권' 발동 얘기가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쟁의 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해할 우려가 있을 때 파업 금지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다.
노사가 이달 21일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고용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이후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다시 진행되는 구조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과거 네 차례 있었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며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못박았다.
청와대도 13일 강유정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에서 긴급조정권 행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은 노사대화의 시간이 남아있다"며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강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혀 추가 중재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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