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은 상법 개악" (사진=연합) 정갑윤 무소속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 할 것을 요구" 하며 "대한민국 정치가 기업에 채찍만 가하는 경제민주화에 열을 올리는 것은 우리 경제를 더욱 고사시킬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윤성필 기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상법개정안이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대기업에서 문제 되는 것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도이다"며 "하지만 중견, 중소기업들은 상법개정안에 신설되는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전자투표제도 등 모든 것이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장기업도 다중대표 소송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중견 중소기업이 거의 해당되는 조항이다"며 "재벌개혁법안으로 만들었지만 실질적인 더 큰 피해는 중견 중소기업이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실장은 또 "자산 2조 원 이상 대기업 해당조항도 옛날에 만든 조항이라, 부동산이나 공장설비 등을 포함하면 웬만한 중견기업도 대기업 같은 규제가 적용될 수밖에 없어 외국의 헤지펀드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상장된 중소기업 내지 벤처기업도 모기업만 상장되어 있지 자회사는 대부분 비상장이 많기 때문에 외부에서 위, 아래로 경영권을 흔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며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IPO를 거쳐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지만 지금상태에선 상장자체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지난 16일 발표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성명서에서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땐 경영권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 될 것이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상법 개정안이 규제 대상으로 삼은 상장회사 가운데 대기업은 14%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86%의 중소·중견기업은 재벌개혁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또 "상장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상장 기피 요인으로 작용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법 개정안은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을 옥죄며 힘들게 할 것"고 밝혔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까지 문제가 되는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소수 주주들이 특정 후보에 몰표를 던지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다.
특히 3개 단체들은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 의무선임에 대해서도 "주주자본주의를 본질적으로 침해 한다"며 "근로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것은 평등원칙의 위반으로 다른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중대표소송은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제도"라며 "미국 일본과 같이 100% 자회사에 대해서만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하나 주주총회 결의 요건 완화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사실상 재고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재벌규제 개혁이 사실상 중견 중소기업까지 옥죄기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견기업들은 해외자본에 경영정보와 기술력을 빼앗길 것을 우려되고 있다"며 "개정된 상법이 회사 성장에 제약이 되면 국가 경제도 마이너스가 되고, 고용창출에 대한 기여가 약해지고, 기업본연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