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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청약경쟁률, 정상과 비정상 사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22 15:22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청약홈이 문을 열고 업무를 시작한지 석달이 지났다. 부적격 당첨자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고 분양시장 과열양상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여전히 무순위 청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3가구 무순위 청약 모집에 26만4625명이 신청했고, 수원 영통구 영통자이도 3가구 모집에 10만1590명이 접수했다. 여전히 청약시장은 무풍지대다.

한동안 청약시스템 이관(금융결제원→한국감정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분양자체가 지연되면서 서울 청약시장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는 올 상반기에 분양한 주요단지의 청약경쟁률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공분양아파트인 마곡지구 9단지(962가구) 146.8대 1, 호반써밋목동(407가구) 128.05대 1, 르엘신반포(280가구) 124.75대 1, 르엘신반포파크애비유(330가구) 114.34대 1, 과천제이드자이(647가구) 193.64대 1, 동탄역헤리엇(428가구) 149.46대 1, 부평역한라비발디트레비앙(385가구) 251.91대 1등 주요지역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훌쩍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는 8개다. 총 1321가구 모집에 13만1216명이 몰리면서 서울 평균 청약경쟁률은 99.33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전지역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과열지역)으로 묶여 청약신청에 있어 85㎡ 이하는 100% 가점제를 적용받고, 재당첨제한, 거주의무기간, 대출제한 등 다양한 규제에도 청약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촘촘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백대 1을 기록하는 높은 청약경쟁률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청약시장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청약경쟁률 수치를 해석해 볼 수 있다.

5월말 기준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에 가입한 사람은 총 2622만명이다. 이중에서 1순위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513만명이다. 서울 386만명, 인천·경기 511만명, 5대광역시 282만명, 기타지역 335만명이 1순위다. 이처럼 1순위 자격으로 청약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많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를 근거로 추정해보면 2020년까지 서울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어하는 가구는 약 19만5000가구에 이른다. 투기과열지구로 가점제 100%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수요는 충분하다. 반면에 공급은 수요를 감당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과 3기 신도시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는 지금 청약시장과는 시차가 있다.

공급이 지금 시장에 형성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 그래서 공급대비 수요가 과도하게 많다면 수요관리를 통해 수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 신규 아파트에 몰리고 있는 수요를 적정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공급이 제약된 상태에서 시장기재를 통해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격이 낮다. 낮은 가격이 주는 매력이 크기 때문에 서울·수도권 분양주택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정부는 대출과 청약제도, 전매제한 및 재당첨제한 등과 같은 규제로 수요를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이러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수요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높은 청약경쟁률은 수요와 공급관계에서 보면 어쩌면 정상일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아닌 당첨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팽배한 낮은 분양가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는 청약경쟁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비정상이다. 정상화시켜야 한다.

결국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급이나 수요자체를 줄일 수 있는 가격정상화 없이는 청약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정단지의 청약광풍의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청약수요와 공급, 그리고 적정가격이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청약경쟁률을 들여다보고 올바른 시장작동체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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