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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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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위기] 북극의 눈물…뜨거워진 지구가 인류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31 15:13

[재앙 몰고오는 기후변화①] 1부 자연의 역습=빈발하는 재해



폭염·장마 등 지난해 국내외 이상기후 현상 빈번



지구온난화 따른 북극해빙에 대기 순환 변화



전문가들 "온난화 속도 막지 않으면 생태계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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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에타로 산사태가 발생한 과테말라 마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우리 앞에 바짝 다가오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이에 따른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다. 서식지가 줄어 동·식물이 멸종,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결과로 식량과 자원 확보도 위기를 맞는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창궐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인류가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기 위한 노력으로 활동을 늘린 게 거꾸로 사람의 삶 자체를 위협받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재앙 몰고 오는 기후변화’ 기획을 마련, △1부=자연의역습 △2부=왜 그러는가 △3부=대안은 뭔가 등 3부에 걸쳐 총 10회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지난해 겨울은 따듯했고 여름 내내 장마가 이어졌다. 이상할 정도로 따듯했던 겨울 탓에 해충들이 죽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혐오성 곤충들이 출현했다. 그칠 줄 모르던 장마와 집중호우에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돼버렸다.

31일 기상청의 ‘2020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장마,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이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 대기 순환 흐름 자체가 변하면서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이상한 날씨’가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아직 시작 단계라 단순히 ‘날씨가 심각하다’ 정도의 체감으로 그치지만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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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제타가 몰고 온 강풍에 쓰러진 루이지애나주 한 도시의 전봇대. 사진=AFP 연합뉴스

 

따듯한 겨울·최장기간 장마 등 잦아지는 이상기후 

 


지난해 국내에서는 고온 겨울과 역대급 장마, 폭염 등 ‘이상한 날씨’가 이어졌다. ‘가장 따듯했던 겨울’로 기억되는 지난해 1월 전국 평균기온은 2.8도를 기록했다. 최고기온은 7.7도, 최저기온은 1.1도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지난 1973년 이후 온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름철 기후도 변동이 심해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이른 폭염이 한 달 동안 지속되면서 역대 1위 평균기온과 폭염일수를 기록했다.

장마철 기간도 역대급으로 길었다. 지난해 장마는 무려 54일 동안 이어졌다. 강수량도 많았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93.4㎜로 상위 2위에 올랐다. 8월 집중호우로 30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되는 등 총 5971명의 이재민 피해가 발생했다. 섬진강 제방 이 무너져 70여채가 침수 피해를 당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상기후 현상들이 나타났다. 지난해 6~8월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긴 장마철과 집중호우, 최다강수량을 기록하며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7~9월까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지역에 산불이 8000건 정도 발생했다. 특히 최악의 산불이 일어난 캘리포니아의 경우 약 2만㏊의 면적이 사라지고 약 36명이 사망했다.

이집트에서는 1월 이상저온과 폭설이 나타났다. 특히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100년 만에, 카이로에서는 110년 만에 눈이 내렸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와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노르웨이에서는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영국에서는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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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발생한 ‘본드 파이어’. (사진=AP 연합뉴스)

 

기후 변화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 

 


폭염과 장마, 폭설 등의 이상기후 현상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순환이 바뀌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권원태 APEC 기후변화센터 원장은 "온실가스 농도가 현재 50% 가까이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지구온난화의 대표적인 현상은 북극 지방 온도가 굉장히 빨리 올라가는 것인데 시베리아 등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해 얼음이 녹아 대기 순환이 바뀌고 그게 각 대륙권에 영향을 미쳐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부연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14.9도를 나타냈다. 냉각효과를 유발하는 라니냐 현상이 있었음에도 이례적으로 따뜻한 해를 기록했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2도 높은 수준이며 지금까지 관측된 온도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북극 지역의 기온이 높았다. 시베리아의 지난해 6월 온도는 북극 최고기온을 경신할 정도인 38℃까지 올랐다. 여름 온도도 평년보다 3~5℃ 이상 높게 나타나면서 1881년 이후 북극 기온이 가장 높게 기록됐다.

북극이 따듯해지면서 해빙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1년 중 북극 해빙면적이 최소가 되는 시기는 9월인데, 지난해 북극 해빙면적은 374만㎢로 1979년 관측 이후 두 번째로 적은 면적을 기록했다.

□2020년 국내외 주요 이상기후 현상

주요 이상기후 현상
국내1월  전국 평균기온 2.8도로 역대 가장 고온
    6월 이른 폭염 한 달 동안 지속
    장마기간 54일로 최장기간 기록
해외북극  최고기온 38도로 기록 경신
    유럽 등 기록적 폭염
    이집트 100년만에 눈
    미국 8000개 산불 발생
    중국일본 최장기간 장마
(자료=기상청)

 

생태계 변화로 식량위기 등 생존 위험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반복되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육지와 해양 등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식량난이 일어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현재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경우 2030~2052년에는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 지구 온도는 해마다 0.02도씩 오르고 있다. 지구 온도가 2도만 올라도 더 이상 기후는 회복이 불가능해지고 생물다양성이 사라진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상기후 현상이 이전과 달리 높은 강도로 빈번하게 나타나면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쳐 우리의 삶을 뒤흔들 수 있다"며 "농경지나 산에서 새로운 종들이 발견되고 바다에서 잡히는 어류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강수량 변동과 해수면 상승, 해양의 산성화, 토지황폐화 등을 유발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오는 2100년 말까지 한반도 쌀 수확량은 25% 이상 감소할 위기다. 다른 농작물의 경우 옥수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

전체 농지 가운데 작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의 비중은 △배 1.7% △포도 02.% △복숭아 2.4%로 급감할 수 있다. 일교차가 커야 잘 자라는 사과의 작물 재배 적합지역도 50년 뒤 지금보다 1%도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인들의 기호식품인 커피도 멸종위기다. 미국국립과학원은 지구의 평균 지표온도가 2도 이상 높아질 경우 중남미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양이 최대 88%까지 줄어들고 오는 2040년 일부 커피 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도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 큰 태풍이 한반도에 들이닥치면서 어획량은 지난 2018년보다 10% 줄어든 91만4000t을 기록했다. 고등어 어획량은 일년 전 보다 28% 줄었다.

물고기의 보금자리인 산호초가 멸종위기에 놓이면서 바다 생물 생태계도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온실가스가 바다로 흡수돼 바닷물이 산성화되면서 산호초의 생존이 어려워진 것이다.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산호초의 약 33%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호초 군락인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3분의 1이 집단 폐사했다.

기후변화대응

▲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을 촉구하는 청소년들.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 미룰수록 재앙 심해져 

 


전문가들은 아직 기후위기가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노력을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뿐 아니라 개개인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윤순진 교수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 120개국이 넘는데 선언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서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 산업적으로 체질이 바뀌는 만큼 그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도 책임을 가지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단순히 날씨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생활의 위기로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은 "내가 다니는 회사 그리고 내 생활 속에서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이나 탄소국경세, 환경요금 등 환경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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