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도입과 관련해 해외 동향 탐색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필요하다."
김동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에너지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6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 세미나’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와 한국무역의 대응방안’ 주제 발표로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라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다시 점검하고 배출량 저감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가격을 회계에 반영하고 경영자 주도의 대응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스스로 해결을 하는 노력을 하되 필요하다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탄소국경세가 철강 등 기초소재산업 중심으로 도입되겠으나 소비재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해외 관련 동향을 탐색하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유럽집행 위원회는 지난 2019년 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유럽 그린딜을 발표, 관련 법안입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그 사례로 EU의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안) 채택이 기존 올해 2분기에서 1분기로 앞당겨졌다.
김 위원은 EU 탄소구경조정 안의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수입품에 대한 탄소국경세 적용이다. 그는 "탄소집약적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해당 EU 기업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며 "설계에 따라서는 국제무역법 등을 위배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U 전역에는 탄소세를 부과한다. EU 전역에 수입품 및 국내제품에 모두 탄소세가 적용된다. 다만 김 위원은 "세금 신설에는 EU 기업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출권거래제(ETS) 확장이 있다. EU ETS를 수입업체에도 확대하는 것으로 프랑스가 두 차례 비공식 정책 초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위원은 탄소 국경세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도 분석했다.
그는 관세가 정부 수입의 전통적 원천으로 가장 오래된 무역정책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특히 "관세가 무역 이득을 저해해 비효율적이나 정부 조세 증대와 특정산업 보호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탄소국경세도 일종의 관세로 본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EU는 경제 규모가 워낙 커 국경세를 정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탄소국경세의 주요 대상 업종으로 철강, 시멘트, 화학 등 기초소재산업이 유력하다"고 점쳤다. 그러면서도 "제품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EU 집행위 기후내각 수장 디데릭 삼솜이 언급한 "탄소국경 조정의 핵심부문은 철강, 시멘트, 전력이며 다음에는 알루미늄, 비료, 화학제품으로 확장될 것"말을 인용했다.
실제 지난 2019년 한국의 철강 수출 실적으로 보면 EU 수출액은 29억 6504만 달러로 총 한국의 철강 수출액의 12.8%에 해당한다.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인 중국(13.8%)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다.
EU의 철강 수입은 지난 2019년 기준 한국으로부터 26억9458만 유로를 수입했다. EU의 총 수입액의 8.7%에 해당하며 중국 8.9% 다음으로 전체 국가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김 위원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측은 탄소국경세로 금이나 유연탄 같은 EU 수입재의 수익을 저해한다고 봤다"며 "BCG에 따르면 EU 자동차사와 기계장비제조사, 건설사 등은 지난 2018년 수입 평판압연강재로 200억 유로를 소비해 20억 유로의 수익을 냈다. 평판압연강재에 탄소국경세 부과시, EU 수입 이윤은 약 40% 저해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CG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한국의 탄소집약도가 높다고 지적해 탄소국경세 부과로 수출에서 불리해질 질 대표 국가들이라고 봤다"며 "중국이나 우크라이나는 용광로를 많이 사용해 탄소집약도가 높아 전기로를 사용하는 터키 등 보다 불리하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위원은 "중국과 우크라이나 등 탄소집약적 철강생산국은 탄소세 비용 자체 흡수와 EU외 대체시장 모색, 저탄소 기술 전환 등으로 대응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제품을 판매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이 EU에 들어가지 못해 국내로 더욱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탄소국경세에 운송비까지 포함될 경우 가치사슬은 더욱 요동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EU까지 운송거리가 멀어 더욱 치명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또 EU 수출 기업의 경우 행정비용 등 비관세 장벽 증가로 부담이 추가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EU ETS의 배출량 인증업체 활용을 해야 하다 보니 무역외 수지가 악화된다"며 "국내 업체들도 대부분 행정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위원은 "국내 ETS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인증업체의 글로벌 역량 강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