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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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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위기] 햇빛 반사 얼음면적 최저치 속속 경신…수몰 섬 늘어 기후 난민 증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07 11:01

[재앙 몰고오는 기후변화⑥] 2부 무엇이 문제인가=빨라지는 극지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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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서 무너지고 있는 빙하.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지구온난화로 가장 빠르게 변화를 맞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빙하·빙산과 같은 얼음들이다. 지구에서 추운 곳에 있는 이 얼음들은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해빙(解氷)은 북극과 남극, 고산지대에서 일어나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거대한 얼음들은 엄청난 양의 물이 되어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해수면 상승은 바다에 인접한 도시들을 침수시키고 영토를 축소시킨다.

일부 태평양 섬에 거주하는 국민은 ‘기후난민’이 돼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음들이 사라질수록 해빙은 점점 더 빨라진다. 햇빛을 반사할 얼음과 눈이 사라져 태양 에너지가 지표면에 그대로 흡수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의 얼음들이 녹기 전에 지구온도 상승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라지는 얼음 신기록 연달아 갱신 중 

 


북극과 남극을 포함해 바다의 얼음인 해빙(海氷)은 지구온난화로 점점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2도 높을 것으로 본다. 2024년에는 1.5도를 초과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WMO의 지구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동안 북극의 9월 여름철 해빙면적이 지금까지 평균면적에 미치지 못했다. WMO는 북극의 여름철 해빙면적이 1979년부터 10년마다 약 13%씩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극의 해빙면적이 북극 중심에서부터 줄어들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겨울철 북극 해빙면적 또한 2015∼2019년 동안 최저 기록을 4번이나 달성했다.

남극은 여름철 해빙면적이 2017년에 역대 최소치를 2018년에는 두 번째 최소치를 기록했다. 겨울철 해빙면적은 2018년 역대 두 번째 최소치를 나타냈다.

육지를 거대하게 덮은 얼음층인 빙상도 예외는 아니다. WMO는 그린란드의 빙상 질량이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많이 감소했다고 말한다. 지난 1992∼ 2018년 동안 총 3조8000억톤의 얼음이 줄었고 이 얼음은 전 지구 평균해수면 고도를 약 10.6mm 상승하도록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극의 빙상은 지난 1979년∼1990년 중 해마다 400억톤이 사라졌으나 2009∼2017년 기간에는 해마다 2520억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남극 빙상이 녹으면서 1979년부터 지금까지 약 14mm만큼 해수면이 높아졌다고 추정된다.

육지의 일부를 덮는 얼음층인 빙하는 세계빙하감시기구(WGMS)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 동안 빙하 상실량은 1950년 5년간 빙하 상실량 중 최대치였다. 지난 10년간 빙하는 연평균 2000억톤 씩 사라졌고 해마다 0.8mm의 해수면 상승을 가져왔다.

북반구 봄철에 눈이 덮이는 고산지대와 북극권 영구동토층 등에는 눈 덮임이 점점 사라진다. 1967∼2019년 동안 5월의 북반구의 눈은 10년 간 약 3.4%, 6월은 7%씩 감소했다.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이제 그린란드 대륙빙하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연간 강설량이 여름에 녹는 빙하를 메울 수 없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오하이오대의 빙하학자인 이언 호워트는 "그린란드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될 것"이라며 "그 카나리아는 현시점에 이미 거의 죽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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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히말라야 산맥 난다데비산서 떨어진 빙하로 홍수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해빙 이미 일부 지역에는 대재앙 

 


얼음이 녹는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지구 일부 지역에는 대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산맥의 난다데비산에서 빙하가 리시강가댐에 떨어져 내렸다. 이 빙하는 댐을 파손했고 댐에서 쏟아진 급류는 댐 주변에 엄청난 홍수를 일으켰다. 이 홍수는 주변에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과 마을 등을 파괴했고 최소 200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빙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사라지게 했다. 유엔(UN)은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가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위협받는 도서 국가 중 하나로 2050년에는 사람이 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키리바시의 수도인 사우스 타라와에 한 주민은 인근 섬들이 거주하기 어려워 사람들이 몰려와 사회적 긴장이 높아졌다며 지난 2013년 뉴질랜드에 난민 보호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앞으로 섬에서 더는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 봤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지구온난화로 2개의 섬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는 다른 4개 섬도 수몰될 위기라고 경고한다.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도 예외는 아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자카르타가 지반침하와 해수면 상승 등에 취약하다며 수도를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미국의 클라이밋 센트럴 연구진은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약 1억5000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베트남 남부는 전역이 수몰되고 태국 방콕, 중국 상하이, 인도 뭄바이가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해수면 상승이 미칠 영향에 대한 경고가 나온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1989∼2018년 30년 동안 우리나라 바다의 해수면은 연평균 2.97mm씩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구 온도가 현재 약 1.1도에서 1.5도를 넘어가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030년에는 국내에 300만명의 주거지가 해수면 상승과 이상 기후 현상으로 침수 지역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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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바시 주민들이 해수면 상승 등으로 피해를 입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되먹임 현상’ ‘티핑포인트’ 경고 희망 있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대기 순환이 달라지면 북극의 얼음들은 더 빠르게 녹는다. 지난 2019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북극 해빙과 대기 순환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의 대기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북극 쌍극자가 북극 해빙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쌍극자는 북극 동쪽과 서쪽에 고기압성 순환과 저기압성 순환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극 쌍극자가 최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바람이 대서양 쪽으로 흘러가게 했고 북극 횡단 해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북극 해빙은 이 북극 횡단 해류를 타고 비교적 따뜻한 대서양으로 흘러가면서 잘 녹고 면적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북극의 얼음들을 녹인다. 얼음이 녹으면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기도 한다.

‘양의 되먹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서 양의 되먹임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기온을 정하는 요인들에 영향을 미쳐 기온을 더 높이는 현상을 말한다. 지표면에 햇빛을 반사할 얼음과 눈이 사라지면 지구가 태양 에너지를 더욱 흡수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

또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에는 현재 대기 중 탄소의 2배 정도의 탄소를 보유하고 있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대규모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구온난화가 더욱 증폭되는 양의 되먹임이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균형을 이루던 것이 깨어지고 급속도로 특정 현상이 퍼지거나 우세하게 되는 급변동 시점)로 경고하는 기준은 산업화 이전 때보다 평균온도를 2도 초과할 때다. 그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기후 현상이 2도가 넘어가면서 급격한 기후변화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 세계 200개에 가까운 국가들이 서명한 파리협정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백민 부경대 대기환경과 교수는 "과학자들끼리도 견해가 달라 2도를 티핑포인트로 꼭 보기는 어렵지만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티핑포인트를 넘는 건 기정사실이 된다"며 "국내에서도 2050 탄소중립 이야기가 나왔고 이런 노력이 모여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막아낸다면 얼음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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