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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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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위기] "지구 온난화로 갈수록 커지고 강해진다…폭염·탄소배출 등 악순환이 초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1 10:13

[재앙 몰고 오는 기후변화⑧] 2부 무엇이 문제인가=곳곳 확산되는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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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뜨거워진 온도는 차례로 공기 속 습기를 말리고, 숲을 건조시켜 산불에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기후 변화가 날씨 패턴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보다는 많은 경우 그것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 지구촌에 걸쳐 ‘폭염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매년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뜨거운 열기로 곳곳에 산불이 발생했다. 스웨덴은 폭탄을 떨어트려 산불을 진화하는 등 ‘폭염 전쟁’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2019년 봄 강원도 고성에서 대규모 산불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2020년 다시 속초 등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두 차례 산불로 1300여㏊의 산림이 소실되고 수많은 주민이 갈 곳을 잃었다. 국지적인 양간지풍은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빨라 삽시간에 불길이 확산돼 많은 피해가 발행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탓에 고온건조해지는 기후변화로 호주, 미국,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대형화되는 추세다. 산불은 고온건조한 봄에 많이 발생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수분 증발량은 늘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올 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또 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등 인류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산불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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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뜨겁고 더 건조한 기후변화 등으로 전 세계에 화재가 급증하고 있다.[사진제공=NASA]

NASA가 ‘월드뷰(Worldview) 소프트웨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 화재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붉은 점으로 표시돼 있는 곳이 타 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아프리카에 특히 ‘붉은 점’이 집중돼 있는데 이는 농업을 목적으로 하는 화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농장주들은 때때로 인위적으로 불을 놓기도 한다. 토양에 영양분을 제공하고 원하지 않는 잡풀을 없애기 위한 목적이다. 이런 목적을 이룬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대한 연기가 발생해 공기 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그렇다 하더라도 북미, 남아프리카, 특히 칠레에도 올해 상당히 많은 산불이 발생했다. 원인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의 원인은 강풍과 같은 자연적인 요인도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 등 인류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의 가열이 이러한 화재의 규모를 보다 크고 보다 파괴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이 있는 데스밸리 온도가 섭씨 54.4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것 등이 기후변화가 화재의 직접 원인이라는 것이다.

몬태나주립대학이 연구한 결과 북미 산불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진단됐다. 낮은 습도, 강한 바람, 극심한 수은주 상승 등에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요인으로 미국 대륙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칠레 중앙은 최근 최악의 가뭄(mega drought)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숲의 큰 부분이 불길에 휩싸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몬태나주립대학 연구팀은 "칠레의 경우 최근 더 따뜻해지고 더 건조해지고 있는 가운데 불에 타기 쉬운 수목들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런 배경으로 칠레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뜨거워진 삼림을 건조시켜 대규모 산불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최근 화재 사례는 전 세계에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브라질도 농업적 목적으로 인한 화재가 많다. 토양을 경작하고 기타 토양에 있는 잡풀, 벌레들을 없애기 위한 인위적 화재다. 문제는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이 같은 인위적 화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NASA 기후변화 측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현재 브라질의 경우 매우 건조하고 강하게 바람이 부는 날씨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칫 불을 잘못 놓았다가는 대형 산불로 이어질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NASA에 따르면 글로벌화재감시(Global Fire Watch)에서 확인한 결과 지난해 여름 1주일 동안 전 지구촌에서 총 3만여 건의 경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주 또한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고 있다. 더 뜨겁고 더 건조한 날씨가 호주에서 계속됐기 때문이다. 재산은 물론 인명 피해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NASA 기후변화 측은 "기후변화가 계속되고 더 뜨겁고 더 건조해지는 상황은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호주에서는 이런 날씨 변화로 인해 더 많은 극심한 산불이 자주발생하고 호주 전체 대륙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산불 등 자연재해 더욱 심화시킬 것" 

 


스위스의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취리히)의 기후 과학자 소니아 세네비라트네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몇몇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시작된 후 수십년간 과학자들은 경고 차원의 언급을 했지 이처럼 특정 태풍이나 폭염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지구가 가장 더웠던 10개 해 중 9개가 2005년 이후이며 유엔은 최근 5년간이 세계의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오레곤과 캘리포니아 주 모두 1900년 이래 1도 이상 평균기온이 상승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 10년간 가뭄이 더 길어지면서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고사했고 이로 인해 화재 발생시 땔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통 더 한랭하며 습한 편인 산악지대도 여름에 급속히 건조해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땔감의 양이 늘어났다.

캘리포니아대 기후학자인 대니얼 스와인은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산불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와인 교수는 "기후변화가 새로운 어떤 현상을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있었던 폭염이나 산불, 홍수를 더 극악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뿜어내기 시작하지 않았을 때 기상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결과를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한다. 그들은 또한 지난 세기 또는 그 이상 동안의 기상 관측 결과도 함께 고려한다.

2018년 유럽과 일본, 북미를 동시에 강타한 여름 폭염에서도 기후변화 고리가 발견됐다. 기후를 온난화시킨 탄소 배출량 증가가 없었다면 이러한 사건들이 함께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평균 지구 기온이 약 섭씨 1도 상승한 지구 온난화로 대기와 해양이 변하고 더 심한 폭풍과 폭우, 홍수로 이어지고 있다. 해양의 열기로 인해 허리케인과 열대성 사이클론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이로 인한 폭우와 홍수도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 수단 나일강 인근에서는 홍수로 수만 명이 집을 잃었고 세네갈에서는 지난 5일 하루 동안 장마철 3개월 동안 내리는 것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이미 올 여름 3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홍수를 겪은 중국도 더 극심한 강우와 홍수를 겪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구온난화, 가파르고 지속적…일상화 될 것" 

 


피터 깁슨(Peter Gibson)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은 지난 50년 이상 6월의 지구촌 온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설명했다. 피터 깁슨 박사가 분석한 기온 데이터 결과 가파르고 지속적 온난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른바 ‘극심한 폭염( extreme heatwaves)이 앞으로 더 자주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깁슨 박사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자주, 고통스럽고, 지속적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유럽과 북미의 경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추가적으로 10~15일 정도 폭염이 더 발생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깁슨 박사는 특히 제트 기류의 특이한 위치와 지속성으로 이 같은 특정 폭염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제트 기류가 비정상적으로 북쪽 멀리 위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한 제트 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중위도로 내려 보내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는 유럽과 한반도,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 폭염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깁슨 박사는 "상층의 바람 유형이 영국 상공의 고기압 지역에 갇혀 있다"며 "영국은 이 때문에 바람이 없고, 구름이 없으며, 매우 뜨겁다"고 설명했다. 깁슨 박사는 "과학자들은 현재 기후변화가 제트 기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상세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는 인간 활동 영향 등으로 기후가 1도 정도 상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농도는 치솟고 있으며 해수면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금 지구는 기후변화와 관련돼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있을까. 온실가스 농도는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메탄, 아산화질소 등은 대표적 온실가스다. 2017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05PPM을 기록했다. 38년 지구촌 기후관련 기록 중 최고치다.

해수면 상승도 무서운 속도를 내고 있다. 지구촌 해수면은 10년마다 평균 3.1cm씩 오르고 있다. 그 결과 1993년 평균 해수면보다 지난해 7.7cm 상승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서는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 지구촌은 직면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폭염 전쟁’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지구의 허파’ 라고 불리는 산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다. 각종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깨끗한 산소를 만들어준다. 또 심신의 안정,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며, 야생동물의 보금자리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산림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유발한 산불이 인간에게서 산림을 빼앗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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