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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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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위기] "저탄소 생활 습관이 기적의 시작"…개인·기업·정부가 나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8 10:51

[재앙 몰고 오는 기후변화⑨] 3부 대책은 무엇인가=기후변화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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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가치가게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가공해 제작한 가방. 가치가게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기후위기는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구 온도는 오르고 있고 홍수·가뭄·폭염 등 재난은 현실로 찾아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인과 단체, 기업, 국가, 전 세계 중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는 이 모두가 살고 있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저탄소 생활을 습관화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에도 ‘탄소중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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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게 ‘자급자족’ 모임 회원들이 천으로 통바지 만들기를 하고 있다. 가치가게

◇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람들

경기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가치가게’는 제로웨이스트상점이자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가치가게는 자원을 순환하고 서로 배움을 모토로 삼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상품은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피하도록 구성돼있다. 플라스틱이 흔히 사용되는 칫솔이나 빨대 등에는 플라스틱 대신 나무나 스테인리스로 대체돼 있다. 비닐 랩 대신 종이로 만든 음식을 포장할 수 있는 포장지 판매를 하고 있다. 친환경 세제를 판매할 때는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구매자가 각자 개인 통을 가져와 담아가는 방식으로 최대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한다. 종이와 재활용한 천을 이용해 만든 물건들도 제로웨이스트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치가게는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저탄소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다.

가치가게 운영자인 김희경 (51)씨는 "가치가게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과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자급자족 모임을 열고 있다"며 "버려지는 천을 이용해 통바지를 만들거나 검은 비닐봉지를 가공해 가방을 만드는 등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탄소 식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생명밥상’ 모임은 채식뿐 아니라 유통과 생산에서 배출하는 탄소도 고려해서 식단을 맞춘다. 채식이라 해도 아보카도와 같이 생산과정에서 산림을 파괴하는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식단은 자제하는 방식이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껴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는 식탁을 추구한다.

생명밥상 모임을 운영 중인 김정한(50)씨는 "기후위기로 가장 위협받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먹는 먹거리"라며 "저탄소 먹거리를 통해 오히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하고 채식 문화를 나누다 보면 조금씩 지속가능한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씨는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더 관심이 생긴다"며 "환경문제를 의식하는 개인들이 모이면 결국 이것이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실제로 가치가게는 수원환경운동연합의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수원환경운동연합은 다음 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수원시에 위치한 기업과 정부 기관들에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가치가게를 포함한 여러 단체와 펼칠 예정이다.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구의 날을 맞아 수원시에 위치한 11개 기업과 정부기관에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행진을 할 계획"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갖고 대응에 참여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생존 문제로 기후위기를 인식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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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 처방’·‘유엔 약국’이라고 적힌 초대형 약 봉투를 국회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탄소중립 위한 산업계 동참

국내 소비자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산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기업들에게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은 이제 필수가 돼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공동선언문 발표를 시작으로 △석유화학업계 △시멘트업계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비철금속업계 △정유업계 △전기·전자·전지업계 △섬유·제지업계들이 2050년 탄소중립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각 업계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2050 탄소중립 과제를 수립·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기업들의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의 관심도 뜨겁다. RE100 캠페인은 현재 250개 이상의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기업도 RE100을 실천하지 않으면 해외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분석한다. 유럽과 미국은 탄소 감축에 소극적인 기업과 국가에 관세를 추가 부여하는 탄소국경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이달 유럽연합(EU)에 2023년까지 탄소국경세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RE100을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점점 그들과 계약을 맺는 기업들에도 RE100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에서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들을 만들고 있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전력의 녹색프리미엄과 한국에너지공단의 일반기업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REC 시장,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치가 있다. 지난 24일에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최종통과해 한전을 통하지 않고도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직접 PPA를 맺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전의 녹색프리미엄에는 SK계열사와 LG화학, 한화큐셀 등이 참여했고 현재 시범사업 중인 REC 거래시장에는 38개의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RE100 이행 제도들이 올해부터 생겨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전체 물량의 7%만 낙찰돼 아직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업의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점점 RE100 이행방안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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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한 P4G 카운트다운 시계탑 모습. 연합뉴스

◇ 정부의 탄소흡수 산림 정책과 국제 협력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산림 확충과 국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산림을 확충해 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해 30년간 나무를 30억 그루를 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산림청은 지난 1월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매년 탄소 3400만t을 흡수·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연간 4560만t으로, 국가 총배출량(7억3000만t)의 6.3%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집중적으로 산림이 조성돼 노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 온실가스 흡수량이 3분의 1 수준인 1400만t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산림의 경우 나무가 자라는 시기에 탄소흡수량이 많아 노화되면 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 산림청은 30억 그루의 나무 심기를 위해 신규 산림 탄소흡수원 확충과 목재와 산림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등 12대 핵심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기후국제회의에 참여하고 개최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22일 각국 정상이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정부는 해당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5월에 국내에서 열리는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P4G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첫 환경분야 정상회의로 국제기구·협의체와 민간기업, 시민사회도 함께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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